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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공급 끊기나… 식당가 신종 코로나發 ‘김치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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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공급 끊기나… 식당가 신종 코로나發 ‘김치 눈치’

입력
2020.02.0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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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가격의 3분의 1, 자영업 식당 90% 중국산 추정

“대체반찬 고민”… 일부 유통상 폭리 가능성 우려

국내 유통 제조김치 평균 단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내 유통 제조김치 평균 단가. 그래픽=강준구 기자

“김치 말고 겉절이나 깍두기 올려야죠. 한 달 안에 대다수 식당들이 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못 주게 될 것 같아요.”

6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인근의 백반집에서 만난 이모씨는 조만간 손님 상에 중국산 배추김치 대신 올릴 겉절이나 깍두기를 담글 예정이라고 했다. 백반집을 운영해 온 그는 평소 중국에서 수입된 완제품 김치를 사다 손님들에게 기본 반찬으로 제공해왔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중국산 김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이씨는 “수입업체나 도매상 등에서 현재 비축하고 있는 물량이 약 한 달치밖에 안 된다는 얘길 들어서 대체할 반찬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추김치보다 재료가 적게 들어가 비용 부담이 덜한 깍두기나 겉절이를 대체 반찬으로 보고 손익을 따져보는 중이다. 이씨는 “(앞으로) 손님들이 김치 좀 더 달라 해도 선뜻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국내 유통 김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산 김치 물량이 줄면서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유명 브랜드의 배추김치 제품. 대상 제공
국내 유통 김치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산 김치 물량이 줄면서 외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유명 브랜드의 배추김치 제품. 대상 제공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외식업계가 김치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유통되는 김치의 80~90%가 중국산으로 추산된다. 정확한 통계는 아직 미비하지만, 특히 자영업 음식점의 90% 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김치 수입량 30만6,049톤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30만6,047톤으로 99.9%에 달했다.

중국산 김치가 음식점 밥상을 점령한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업계의 집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한국산과 외국산 김치 완제품의 평균 제조단가는 ㎏당 각각 2,872원과 863원이다. 국내 유통되는 수입 김치가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산 김치가 국산보다 3배 이상 저렴한 셈이다. 신종 코로나로 중국산 김치의 국내 반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영세한 국내 식당에서 한국산 김치를 구경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씨는 이와 관련 “김치 완제품이나 재료로 국내산을 쓰면 메뉴 가격을 전체적으로 올리거나 일부 메뉴를 없애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김치 수입업체나 도매상 사이에선 벌써 다음주나 다다음주부턴 중국산 김치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내 음식점들은 ‘메이드 인 차이나’ 김치 완제품 10㎏을 도매상으로부터 1만2,000~1만3,000원에 구입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중국산 김치 물량이 계속 줄어들면 일부 중간 유통상이 폭리를 취할 지 모른다는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대상 종가집 김치 공장에서 포장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 제공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대상 종가집 김치 공장에서 포장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대상 제공

완제품 김치를 판매하는 국내 대형 식품업체들에겐 중국산 김치 감소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국내 김치 시장은 2018년 기준 약 1조4,000억원 규모다. 이 중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비중이 약 8대 2다.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유통되는 B2B 시장에선 중국산이 줄면 국내산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브랜드보다 저렴한 중소업체의 국산 김치로 중국산을 대체하려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중국산 김치가 약진해온 해외시장의 분위기도 신종 코로나 이후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한 김치 브랜드 관계자는 “중국산 김치를 공급받던 해외 업체로부터 최근 문의가 있었다”고 귀띔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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