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배 크기… “두께도 얇아 금방 녹을 것”
세계 최대 얼음덩어리 ‘A68’이 남극으로부터 완전한 분리를 앞두고 있다. 분리된 빙산은 바다에 떠다니다 금세 녹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은 5일(현지시간) “남극 라르센C 빙붕(거대 얼음덩어리)으로부터 떨어져 나오기 시작한 5,800㎢ 크기의 A68 빙산이 조만간 분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르웨이 선장 카를 안톤 라르센이 1983년 남극 항해 도중 발견한 라르센 빙붕은 남극 웨들해 북서쪽 반도 해안을 따라 형성돼 있다. 전체 면적은 약 7만8,500㎢에 달한다.
라르센 빙붕은 1995년부터 해빙에 들어가 2002년 급속도로 붕괴됐다. 급기야 2017년 7월엔 균열까지 일으키면서 초대형 빙산 A68이 라르센C 빙붕에서 분리를 시작해 남극대륙을 따라 서서히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최근까지는 움직임이 뚜렷이 포착되지 않았으나 빙붕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면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A68은 현재 남위 63도 근처에 있는데, 영국령 사우스 조지아섬이 위치한 남위 54도까지 이동이 예상된다.
A68은 무게 1조톤, 길이 160㎞, 면적 5,800㎢에 달한다. 서울보다 10배가량 더 크고, 전체 라르센C 빙붕 면적의 12%를 차지한다. 그러나 분리 활동이 끝나면 두께가 얇아 이런 엄청난 크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에이드리언 루크맨 영국 스완시대 교수는 “A68의 길이 대비 두께 비율은 A4용지 5장 정도에 불과하다”며 “분리 후에도 살아 남으면 그게 더욱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례도 있다. 지금까지 기록상으로 가장 큰 빙산인 B15(11,000㎢)는 2000년 남극 남동부에 있는 로스 빙붕(52만7,000㎢)에서 떨어져 나왔다. 지금은 사우스 조지아 동쪽 부근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 인근에 남아있는데, 200㎢로 크기가 쪼그라들었다. 다만 정확한 해빙 시점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A68뿐 아니라 다른 두 개의 빙산도 남극으로부터 분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남극 서남부에 위치한 파인 아일랜드 빙산(300㎢)이다. 이 빙산은 브런트 빙붕(1,500㎢)의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데, 영국 기상관측소 핼리연구소와 부딪칠 위험이 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 빙산이 왜 분리되는지, 원인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앤나 호그 영국 리즈대 교수는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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