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병원 내 감염 우려했지만, 1차 검사 일단 안도
“16번ㆍ18번 모녀, 2인실서 지내 다른 환자 접촉 적어”
광주·전남에서 사흘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나온 가운데, 관심이 집중된 광주21세기병원내 무더기 감염 우려가 해소돼 지역사회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16번(42세), 18번(20세) 확진자가 입원해 있던 이 병원은 과거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불거진 ‘병원 내 감염’이 재현될 공포의 대상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21세기병원내 의료진·직원 46명과 환자 및 보호자, 간병인 등 88명, 총 134명에 대한 접촉자 검체 조사결과 6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다만 2차 검사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사례(20번 환자)가 있어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세기병원내 음성판정 소식이 알려진 이날 오전 격리된 환자와 관리자, 해당 공무원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환자들이 격리된 3~5층 병실에선 가끔 한 두 명씩 유리창 너머로 시내를 내다보거나 누워 있는 모습이 보였고, 각 층으로 연결된 계단에선 환자복을 입고 나와 편안한 표정으로 전화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모녀지간인 이들 16번과 18번 환자가 8일간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병원에 있던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등의 불안감은 매우 컸다.
모두 음성판정이 나온 배경에 대해 광주시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확진자들의 동선이 짧고 2인실에 함께 머물면서 다른 환자들과 접촉이 거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시와 질본 대응팀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동선을 파악한 결과, 지하 주차장과 1~3층 복도 등 비교적 이동 거리가 짧았다는 것이다. 어머니(16번)도 고열 등 발열증상으로 몸이 불편한 데다 딸(18번)도 다리 인대 수술을 한 처지여서 병실 밖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접촉자가 극히 적었던 셈이다.
질본은 “어머니는 딸의 간병하는 와중엔 거의 외출을 못하고 병원 내에서 입원병실과 외래진료실을 오가며 본인의 폐렴 치료를 받았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어머니 환자는 지난달 27일 딸의 인대봉합 수술 때 이 병원에 함께 와서 본인도 컨디션이 안 좋다며 외래진료를 받았고 이 때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를 의심해 광주 광산구보건소에 검사대상 여부를 물었다. 그 뒤 다른 환자들과 비교적 접촉이 적은 2인실에서 딸과 함께 생활하도록 배려한 대목이 감염을 줄이는 데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병원은 3일 어머니의 임상 소견이 악화되자 ‘신종 코로나로 의심된다’는 소견서를 써서 전남대병원으로 보냈고 그 뒤 음압병상 격리 중에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주시와 질본은 4일 16번 확진자가 나오자 마자 이들 병원 의료진과 입원환자 등에 대한 신속한 분리 조치로 추가 접촉을 막았다.
다만 신종 코로나 잠복기간이 14일인 점을 고려할 때 134명 모두 음성판명됐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20번 환자(41세 여성)는 첫 검사에선 음성으로 나왔다가 이후 양성으로 뒤바뀐 사례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재 음성으로 판정 받았더라도 나중에 양성으로 바뀔 수 있어 모든 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루에 2번씩 철저하게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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