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통에 최대 84만원 거래… HIV 환자가 무료 배포하기도
중국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쟁탈전이 치열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에 효능이 있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발병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선 병실 부족으로 자가치료를 선택한 이들이 불법 논란에다 처벌까지 감수한 채 공개적으로 HIV 치료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을 정도다.
지난달 폐렴 진단을 받은 우한 주민 첸러우핑씨가 신종 코로나 진단키트 부족으로 진료를 거부당하자 그의 아들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칼레트라’를 구한다는 글을 올려 실제 도움을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칼레트라는 바이러스 복제 과정에 필요한 효소를 차단하는 HIV 치료제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치료에 활용됐고, 최근엔 태국 등에서 HIV 치료제를 투약한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의 상태가 호전됐다는 보도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의 급속한 확산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가치료를 할 수밖에 없게 된 중국인들로선 HIV 치료제가 그만큼 절실한 상황이다.
사실 중국에서 일반인이 칼레트라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기본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은 HIV 환자에게만 공급되며, 신종 코로나 지정 병원에서도 재고량 부족으로 중증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투약하기 때문이다.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선 1통(120알)이 최대 5,000위안(약 84만원)에 불법 거래되기도 한다고 WSJ는 전했다. 우한시정부가 공개적으로 “병상이 부족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확진자가 적지 않다”고 토로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라 불법과 처벌을 감수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후베이성의 한 HIV 환자가 같은 처지의 환자들에게 칼레트라 기증을 요청해 일주일만에 100명분을 확보한 뒤 무료 배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에서 승인 없는 약품 거래는 불법이지만 기증은 불법이 아니다. 이를 주도한 HIV 환자는 인도의 한 제약회사에 주문한 다량의 칼레트라 복제약이 도착하면 이를 신종 코로나 환자들에게 기증할 계획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 의료계는 신종 코로나 치료제를 찾기 위해 칼레트라 외에도 다른 HIV 치료제 다루나비르, 말라리아 퇴치제 클로로퀸 등 10여개 약품을 실험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6일 트위터에 “우한 진인탄병원이 항바이러스 약품 ‘렘데시비르’의 공식 임상시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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