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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우의 Biz잠망경] 재계 핵심 원로 “조원태 회장, 수치에 밝고 경영 전략 확실”

입력
2020.02.06 15:11
수정
2020.02.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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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남매의 난’, 선제적이고 집요한 여론전이 승부 가를 듯

이명희 고문, 현대 현정은 회장처럼 되고 싶어했다는 소문 부인

주총 승부 가를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한진그룹 임직원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고 있는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분쟁하고 있는 조현아(왼쪽)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한진그룹의 ‘남매의 난’에서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까. 통상 재벌의 경영권 분쟁에서는 속도전과 여론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하는 측이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간 ‘남매의 난’이 한진그룹의 경영권이 걸린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격렬해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을 규합하자, 중립적인 입장이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고문 스스로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처럼 되고 싶어했다는 소문도 있으나 이 고문측은 이를 부인했다.

반도건설과 함께 조 전 부사장 편에 선 KCGI는 연일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강공을 펼치고 있다.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한 조 전 부사장이 외부세력을 끌어들여 조 회장에게 대항하는 모양새다. 지분은 양측이 팽팽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행보에 따라 주주총회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여론전이 중요해진다. 수만 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을 일일이 설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지지세력에 대한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호소력이 필수적이다. 여론전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통상 여론전은 상대방 흠집내기부터 시작한다. 한쪽이 경영능력을 문제 삼으면 다른 쪽이 도덕성 결함으로 반격하는 식이다. 조 회장 쪽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태를 거론하면서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는다. 경영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재계 핵심 원로는 “평상시 행동이 다소 특이한 조 회장을 처음에는 탐탁하지 않게 봤는데, 40여분간 얘기를 해보니 완전히 달랐다”며 “도련님(재벌3세) 치고는 수치에 매우 밝고 항공경영 전략이 뚜렷해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조 회장이 경영을 충분히 책임질 만한 인물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때를 돌이켜 보면 경영권 분쟁에서 선제적이고 집요한 공격의 중요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당시 계열분리를 강력히 원했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전력을 총동원해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진영을 전면적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정몽헌의 현대그룹은 싸울 의지가 없었고 외부에 가족 분란으로 비쳐지는 것을 꺼려했다. 현대차 진영은 우선 언론을 우호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했다. ‘왕자의 난’이 발생했던 2000년 당시 방송과 언론 등에 광고로 상당한 액수를 투입했다는 것이 당시 홍보실 관계자의 진술이다.

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신임을 받았던 정몽헌 전 회장은 지분확보 측면에서 월등히 유리했지만 여론전에 밀려 고전했다. 소극적인 방어적 태도가 패인이었다. 어떤 전쟁에서도 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해서는 승리한 사례가 드물다.

당시 현대차 여론전의 수장은 최한영 상무였다. 그는 홍보 보직을 맡아 정몽구 진영의 최종 승리를 이끌었고 이후 정몽구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부회장 자리까지 올라 입지 전적의 인물이 됐다.

하지만 총수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나면 홍보맨들이 희생을 당할 때도 종종 있다. 가족의 치부까지 들춰내며 홍보전을 벌이다가도 갑작스럽게 전쟁을 중단하고 화해를 해버릴 때다. 그때 각 진영에서 앞장서 상대 진영의 비리를 폭로한 홍보맨들은 나중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다른 계열사로 쫓겨나기도 한다.

삼성그룹과 형제의 난이 있었던 CJ그룹에서 두 번이나 그런 일이 있었다. 기자 출신으로 CJ에 몸담아 삼성그룹과의 분쟁에 앞장섰던 홍보맨 K이사는 “싸움이 끝나고 가족들이 화합한 뒤 삼성그룹 쪽에서 ‘저 사람은 너무 심하게 우리를 공격하던데’라고 하면서 입장이 난감했다”며 “그 바람에 상당기간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어쨌거나 한진그룹 경영권분쟁에서 중요한 것은 임직원들의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다. 3월 주총에서는 소액주주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 상당수가 한진그룹 임직원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경영권 분쟁에 대해 불안감이 상당하다.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 실적을 올리기 위해 구조조정이 강하게 이루어져 쫓겨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다. 임직원들의 심기를 잘 살펴야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조재우 산업부 선임기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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