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논담] “신종 코로나 치사율 독감과 유사… 국내 폭발적 전파 가능성 낮아”

입력
2020.02.06 20:00
28면
0 0

 바이러스 전문가 송대섭 고려대 약대 교수 

송대섭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감염증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전세계에 걸쳐 능동적인 방역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논설위원
송대섭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감염증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전세계에 걸쳐 능동적인 방역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논설위원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중국 내 감염은 거의 폭발적인 수준이고 해외 확산도 증가 추세다. 무증상 감염, 초기 단계 감염이 계속 거론되는 것을 보면 이 병이 인플루엔자처럼 세계적으로 유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바이러스 전문가인 송대섭(43) 고려대 약학대학 교수는 6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먼저 예상할 수 있었던 감염병인데도 일찌감치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병 때 15분만에 진단 시약을 개발하는 등 관련 연구에 집중해온 송 교수에게 이번 신종 코로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앞으로 어떤 파장을 낳을 지 의견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메르스와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고, 어느 정도 위험한가.

“신종 코로나는 베타코로나로 사스, 메르스와 조상이 같다. 이번 신종 코로나가 이례적인 것은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치사율은 기존의 메르스(34.4%)보다 훨씬 낮고 사스(9.56%)보다 조금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신종 코로나는 사망자 숫자가 304명이던 지난 1일 시점의 치사율이 2.15%다. 독감과 비슷한 정도의 치사율이고 임상 증상도 독감과 유사하다.

사스는 박쥐에서 중간 숙주인 사향고양이로 감염돼 사람에게로 옮겨졌고, 메르스는 박쥐에서 낙타로 갔다가 사람에게 넘어온 것이다. 신종 코로나도 야생동물에서 왔을 것으로 보지만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은 쥐, 낙타, 박쥐, 새, 돼지, 개, 고양이 등 다양한 동물이 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통 바이러스는 특정 질병을 유발해 상대적으로 포착이 쉽지만 코로나는 소화기와 호흡기를 다 공격해 대응이 어렵다.”

-이번 신종 코로나의 등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인가.

“중국 남부에서 박쥐 베타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이 검출된다는 논문이 지난해 여럿 있었다. 네이처 논문 중 하나는 박쥐의 베타코로나가 돼지로 전파돼 급성 설사병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병원성이 약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 반대인 1, 2%의 경우가 문제다.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돼지 설사병이 이번 사태의 전조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감시하고 초기에 적극 대응했다면 사태가 지금처럼 나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최근 중국이 아닌 제3국을 다녀와 감염된 국내 사례가 이어져 방역 태세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신종 코로나는 지금 방역 강화를 거론하는게 의미가 없을 만큼의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9년 발병한 신종플루는 전 세계에 걸쳐 6,000만명 이상이 감염됐는데, 최악의 경우 그 정도가 될 수도 있다. 제3국 감염 사례가 자꾸 나오는 것은 이미 이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다는 이야기다. 중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까지 철저하게 검역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지금이라도 제3국 입국자를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강화한다든지 검역 수위를 높이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

-중국인 전면 국내 입국 금지 주장이 갈수록 커진다. 당장 그럴 필요가 있나.

“방역 관점에서만 보면 전면 입국 금지의 필요성이 있다. 중국 내 확진자 숫자가 너무 늘어나 인력으로 걸러낼 상황이 아니다. 후베이성만 막는다고 (방역이) 될지도 의문이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무증상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과거 코로나 감염증 사례에서는 무증상 감염이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번 경우 세계보건기구(WHO)도 무증상 감염이 없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잠복기에도 감염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전파력이 높다는 방증이다. 증상이 심할 때 보통 기침을 하면, 예를 들면 1,000만 개의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주변인을 감염시킨다. 잠복기에는 그 1,000분의 1, 1만분의 1 수준인데 그런 적은 양으로 옮겨진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아예 유입이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WHO가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도 교역이나 여행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 눈치보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WHO의 조치가 이해 안 된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마당에 교역, 여행 금지 불필요란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교역 중지는 경제적 충격을 동반하는 것이니 상대적으로 신중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 중국에 여행을 가도, 중국인들이 해외로 제한 없이 나가도 괜찮다는 말을 굳이 할 상황은 아니다.”

-국내 초기 확진자 중 완치해 퇴원한 사람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 진단 시약이 나와 일반 병원에까지 보급될 것이라고 한다. 방역 대응에 가속이 붙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내 확산에도 제동이 걸릴까.

“이번 코로나 감염증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첫 완치자가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 관리를 잘 하고 있다는 의미다. 감염병 관리의 3가지 핵심 과제는 진단, 예방, 치료인데, 그 중 진단은 조기에 감염자를 확진해 격리하는 것이 첫 단계다. 진단을 빨리 하려면 이번처럼 시약이 조기에 나와줘야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의 경우 발병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전자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됐고 전세계 과학자들이 분석한 수많은 정보들이 빠른 속도로 축적됐다. 집단지성의 힘이다. WHO도 긴급하게 진단법을 만들어 그 정보로 어느 실험실에서나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남부의 신종 코로나 출현은 지난해 여러 논문을 통해 예고됐던 것이어서 보건 당국이 대응 체제를 갖추고 있다 발빠르게 대응한 점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중국과 비교하면 국내는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다. 2015년 메르스 때처럼 평택과 서울의 병원에서 폭발하듯 퍼져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감염자가 늘고 있지만 굉장히 제한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이런 태세를 유지한다면 지역사회로의 폭발적 전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사스나 메르스의 충격이 컸던 때문인지 코로나 바이러스에서 왜 이토록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증이 유난히 많은 것인지 궁금하다.

“그렇지는 않다. 다양한 바이러스 감염병이 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옮겨지는 인수공통감염병에서 최근 코로나가 주목 받는 것일 뿐 유별나게 많은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감염이 사실 더 많다. 조류에서 사람으로 옮겨지기도 하고, 돼지 인플루엔자도 주요한 인수공통감염병 중 하나다. 니파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이상 박쥐), 헨드라 바이러스(말), 광견병(개) 등도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박쥐가 이런 바이러스를 다양하게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학술적으로 보면 박쥐 자체가 종이 많다. 포유류 전체 종의 5, 6분의 1을 차지한다. 게다가 집단 생활을 한다. 무엇보다 박쥐 자체의 면역체계가 특이 바이러스가 들어왔을 때 방어기전이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 신종플루 때 젊은 층 사망자가 적지 않았는데, 대개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부르는 면역 과민 반응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쥐는 급격한 면역 반응을 하지 않고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면역체계를 지니고 있어 다양한 바이러스가 체내에 몰려 사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인가.

“그렇지는 않다. 과거에도 주기적으로 이런 감염병이 발생했지만 그걸 몰랐을 뿐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발병해 많은 사람이 죽어도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 피부에 와 닿는 감염병 발생 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20세기까지 20, 30년 간격으로 나타나던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이 2000년대 들어서는 2, 3년 간격으로 주목 받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경우도 과거에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만 여겨졌으나, 2000년대 들어 유럽, 중국을 거쳐 많은 나라에서 발병해 지금은 매우 중요한 재난형 동물감염병으로 자리잡았다.

지금은 교통과 교역이 발달했고 거기에 더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바이러스의 시각으로 보면 숙주가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엄청난 개발 때문에 터전을 잃어버린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졌고 접점도 넓어졌다. 영화 ‘컨테이전’이 이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한다. 숲이 파괴되면서 박쥐가 삶의 터전를 잃어 인가 주변으로 오고, 그 박쥐의 똥에 접촉한 돼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도축돼 식당 주방으로 간다. 그리고 그 돼지고기를 만진 요리사가 손님과 악수하면서 바이러스가 인간사회로 전파되는 것이다.”

-지역 간 이동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에 상시적으로 대처하려면 어떤 체제를 갖추어야 하나.

“WHO는 매년 전세계를 위협에 빠트릴 질병을 발표하는데 2019년부터 이를 중단하고 ‘질병 X’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너무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발생해 이런 예측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정 국가는 물론이고 전세계가 협력해 지금보다 더 기민하고 힘 있게 움직일 수 있는 바이러스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