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약 600억달러로, 7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값 하락 등에 따른 수출 부진 영향이 컸다. 올해는 예기치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악재가 경상수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경상수지는 599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487억9,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흑자폭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은 3.5~3.6%가량으로 추정됐다.
흑자폭이 줄어든 주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2019년 상품수출(약 5,619억달러)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퍼사이클로 불리던 반도체 호황이 종료되면서 단가가 크게 하락했고, 미중 무역갈등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홍콩 시위 등의 사건이 국제경기 둔화로 이어져 수출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수입도 전년 대비 6% 줄어든 약 4,851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서비스수지와 본원소득수지가 개선되면서 수출 부진을 상쇄했다. 서비스수지는 약 230억달러 적자를 기록해 최근 2년 연속 적자폭이 줄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가 2018년 대비 59억달러 줄었는데, 지난해 입국자수가 1,75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반면 출국자수는 일본 여행객을 중심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본원소득수지는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역대 최대 흑자인 122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수출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악재가 등장하면서 예측이 어렵게 됐다. 한은은 당초 올해 경상수지를 560억달러 흑자로 예측하면서,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과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국장은 “중국 내 공장 가동 중단, 항공편 축소, 향후 예상되는 중국인 입국 제한 조치 등이 국제수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내수가 위축되고 경제 활동이 줄어들면 세계 경기도 영향을 받게 되는데,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적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압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