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90살이나 됐잖아. 겁낼 것 없어.”
백발의 노모는 오늘도 격리병실 앞을 지켰다. 벌써 닷새째다. 호흡기를 차고 침상에 누워 있는 64세 아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그깟 병마 따윈 무서울 게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후베이성 우한 셰허병원의 의사가 어느 환자 가족의 사연을 소개했다. 6일 CCTV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64세 남성이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으로 폐렴에 걸려 병원에 실려왔다. 그의 뒤를 따라온 건 백발 성성한 노인이었다.
의료진은 처음에 환자 부인인 줄 알았다고 한다. 알고 보니 90세 모친이었다. 며느리와 손자들이 모두 해외에 나가 있는 통에 환자를 돌볼 유일한 보호자였다.
노모는 감염 위험 때문에 아무도 근처에 오지 않는 병실 앞을 지키며 간호사에게 종이와 펜을 빌렸다. 그리고는 한 자씩 눌러 적었다. “아들아 버텨라, 그리고 강해져라. 반드시 병마와 싸워서 이겨라”라고 적은 편지를 병실 유리창 너머로 보여주며 아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병실 안에 들어갈 수 없는지라, 주섬주섬 꺼낸 500위안(약 8만5,000원)을 간호사에게 건네며 아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은 아직도 투병 중이다. 다행히 함께 살던 다른 가족들은 검사 결과 바이러스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무서운 전염병보다 훨씬 위대한 모성애”라며 환자의 쾌유와 노모의 건강을 기원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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