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의혹 등 3번째 공판… ‘강남 빌딩’ 문자도 재언급 공방
‘아내가 숨긴 경선자금 알게 돼… 훌륭한 부인 부러워해야 하나?’
2015년 홍준표 비판한 내용 등 증거인멸 혐의 입증 위해 띄워
검찰이 사모펀드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정경심(58)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조 전 장관이 공직자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했던 그간 발언과 달리 행동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자 정 교수 측은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들을 제시한다며 반발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송인권) 심리로 진행된 재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2015년 5월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를 비판한 SNS 내용을 공개했다. ‘홍준표 “아내가 숨긴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을 이번에 알게 됐다.” 훌륭한 부인을 뒀다고 부러워해야 하나? 이건 공금횡령 아닌가?’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정 교수 측은 “어떤 공소사실에 관한 것이냐”며 반발했고, 검찰은 “조 전 장관이 평소 처의 재산신고와 관련해 엄격한 인식을 갖고 있어 정 교수가 증거인멸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받아쳤다. 정 교수 측이 “2015년에 이런 부분을 예측해서 트위터를 썼다는 것이냐”고 재반박하자, 재판부는 “혐의와 직접 관련이 없으니 이 부분은 빨리 지나가자”며 공방을 정리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두 차례 더 조 전 장관의 SNS를 공개했다.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사모펀드 의혹 보도에 대응하고자 펀드운용보고서를 조작했다고 밝히는 대목에선 ‘피의자 박근혜 첩첩히 쌓인 증거에도 불구하고 ‘모른다’와 ‘아니다’로 일관했다. 구속영장 청구할 수 밖에 없다. 검찰, 정무적 판단 하지 마라’는 내용의 2017년 3월자 SNS를 화면에 띄웠다. 정 교수가 코링크PE 직원에게 동생 정모씨의 투자 증거를 감추라고 지시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범죄행위 여부 판단하려면 행위자가 증거인멸을 하려 했는가를 보면 된다. 노무현 정부는 ‘감찰’자료를 보존했고, 이명박 정부는 온갖 방법으로 ‘사찰’ 자료를 은폐, 인멸했다’(2012년 4월)는 SNS를 제시했다.
이날 검찰은 지난 공판에서 언급했던 정 교수의 ‘강남빌딩’ 문자를 다시 언급했다. 검찰은 “모든 사람이 강남에 집이나 건물을 산다는 꿈을 꿀 수 있는데, 이런 부에 대한 욕심이 범행 동기가 되는 사례가 자주 있다”며 이 문자가 범죄 동기를 설명하는 정황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검찰이 강남빌딩을 15번 이상 반복 언급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드러나는 하나의 에피소드”라고 받아쳤다.
양측은 수사기록 열람ㆍ등사 문제로도 팽팽하게 맞섰다. 정 교수 측이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검찰에 하드디스크 이미징 파일의 열람ㆍ등사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타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도 들어 있다며 부동의했다. 그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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