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업법인들의 비정상에 가까운 운영 방식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농업법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받고 있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실시한 서귀포시 종합감사 결과에 따르면 8개 농업법인이 24개 필지(5만6,568㎡)의 농지를 매수한 후 단기간에 매도하면서 6,000만원에서 최대 55억여원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그러나 시는 이들 농업법인들이 농지 취득 후 매매거래 내역에 대한 모니터링를 실시하는 등의 관리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감사위는 “농지 취득 후 이뤄지는 거래가 투기 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없어 업무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취득 농지에 대한 정기 모니터링을 실시했다면 농업법인들이 투기성 거래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또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 농업법인 886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설립요건 미충족 136곳과 미운영 471곳을 확인했지만, 후속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1년 이상 운영하지 않은 236곳 농업법인에 대해 법원에 해산청구 등을 조치해야 했지만 그대로 방치했다. 일부 설립요건 미충족 농업법인에 대해서는 1차 시정명령만 내린 채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2차 시정명령 등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감사에 적발됐다.
제주시 지역 역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농업법인들이 상당수였다. 시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관내 농업법인 1,92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운영 실태조사 결과 정상 운영 중인 농업법인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876곳(45.5%)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소재 불명 417곳과 설립요건 미충족 86건, 폐업 53곳이었다.
또한 부동산 매매ㆍ임대업과 숙박업, 건축업, 무역업, 주유소 등 목적 외 사업을 운영하는 농업법인도 31곳에 달했다. 목적 외 사업 중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으로 분석됐다. 농업법인은 농업과 관련된 사업 외에 숙박업, 부동산매매업, 건축업 등을 할 수 없다. 농업법인이 소유한 농지도 농지경영에만 사용해야 한다. 시는 목적 외 사업을 운영하는 농업법인에 대해서는 해산명령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앞서 2016년에 제주도가 도내 농업법인 실태에 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농업법인 10곳 중 2곳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부동사, 숙박업, 음식점 등 목적 외 사업을 하는 농업법인들이 대거 적발됐다. 하지만 전수조사 이후 3년이 넘었지만 농업법인들의 비정상 운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목적 외 사업 법인에 해산명령을 청구하고, 설립요건 미충족 법인에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행정처분에 나설 것”이라며 “농업법인 증가와 맞물려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거나 법령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지도ㆍ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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