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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봉쇄 위기… “사스 때와 다르다” 쩔쩔매는 세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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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 봉쇄 위기… “사스 때와 다르다” 쩔쩔매는 세계 경제

입력
2020.02.05 23:00
수정
2020.02.06 01: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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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 업계 직격탄… 철강ㆍ의약품 등도 공급 불안 우려

5일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원이 매장을 지키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일까지 중국 전역의 매장과 고객센터 등을 임시 폐쇄했다. AFP=연합뉴스
5일 중국 베이징 애플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경비원이 매장을 지키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일까지 중국 전역의 매장과 고객센터 등을 임시 폐쇄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으로 ‘세계의 공장’ 중국이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멈추면서 글로벌 산업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당시보다 중국 경제의 규모가 급성장했고 세계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도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업종은 단연 자동차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차를 비롯해 벤츠ㆍBMWㆍ폭스바겐ㆍ도요타ㆍGMㆍ포드ㆍ아우디 등 내로라 하는 유수의 글로벌 업체들 모두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거나 다수의 부품을 수입한다. 2018년 현재 중국의 수출액 기준으로만 880억달러(약 104조원)에 달한다. 자동차산업 자체가 연관ㆍ파급 효과가 큰 점을 감안하면 중국 공장이 잠시라도 가동을 멈추거나 부품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실제 일본 자동차업계는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부품 수입선 다변화는 물론 아예 생산공장 이전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란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중국의 생산ㆍ수출량이 한시적으로라도 급감할 경우 단기간에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들에선 기간산업 분야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철광석 등 원재료 수입과 운송에 문제가 생기는 2월 중순 이후에는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줄어들고 공급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이 지난해에 생산한 강철만 9억8,800만톤에 달한다.

첨단 정보기술(IT)산업의 한 축이랄 수 있는 아이폰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제리엘 옹 도이치뱅크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있는 애플의 반도체 생산 공장이나 아이폰 생산 공장의 가동이 중단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역시 아이폰 생산이 여러 단계의 부품 공급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공급 업체들이 2월 내내 폐쇄되는 경우 약 100만대의 아이폰 생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전 세계 아이폰 판매국들에서 소매나 악세서리 생산ㆍ판매 등에 종사자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의약품 분야도 다르지 않다. 미국만 해도 널리 사용되는 복제약의 주요 공급처가 중국이다. 2013년 미국 항생제 수입 물량 중 70.4%가 중국산이었을 정도로 필수의약품 공급도 마찬가지다. 스티븐 린 전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컨설턴트는 “의약품 공급 불안은 지구촌의 재난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올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종 코로나 탓에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부동산ㆍ호텔ㆍ소매업 등에서 디폴트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 중국의 국채 대비 회사채의 가산금리는 상승일로다.

반면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대량 구매키로 한 무역합의 이행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미국 내 투자를 자극해 생산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낙관했다. FT도 글로벌 공급망이 2월 중순부터 복구되기 시작하면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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