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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월 9일,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입력
2020.02.06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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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김선아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있다. 배성재 기자
수능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1월 14일 오전 김선아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년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있다. 배성재 기자

1월 9일 국회에서 청년기본법이 통과되었다. 법안 발의 1,320일 만이다. 국가 차원의 제도가 마련되는데 많은 노력이 보태지는 게 당연하겠지만 청년기본법 제정 과정에서도 법의 수요자이자 수용자인 청년들의 수고가 컸다. 2017년 1만인 서명운동부터 통과를 낙관했던 지난 12월 국회까지. 그리고 필리버스터에 발 묶인 청년기본법 통과를 요구하며 한겨울 국회 앞에서 다시 한 달을 보낸 것은 전국의 청년들이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청년을 19세 이상 34세 이하로 정의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에 대한 책무를 규정한다. 청년정책의 수립ㆍ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 사항을 정하고 국무총리는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ㆍ시행하도록 한다. 청년정책 방향은 청년 고용촉진 및 일자리의 질 향상, 청년 창업, 청년 능력개발, 청년 주거, 청년 복지증진 및 청년 국제협력 등을 지원하게 된다.

청년기본법 제정에 대한 청년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2000년대 초반 청년실업으로 대두된 청년문제 해결은 국가와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만 원대로 치솟은 등록금, 부의 대물림 사다리가 되어 버린 집, 급변하는 노동환경 등 기성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사회적 변화는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을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 사회 기저에는 청년 일자리 문제는 정부가 나서야 하지만, 그 외의 문제는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소극적 태도가 여전히 자리한다.

청년기본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이 맥락에 대한 성찰과 전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권리’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청년의 고용과 실업 그리고 삶의 여정에 함께하고자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핵심 정책 방향이 바로 ‘청년보장(youth guarantee)’이다. ‘청년보장’은 시혜적 정책이나 복지가 아닌, 헌법적 권리로서 청년정책을 지향한다. 청년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공공정책이 시민으로서의 권리 보장이라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대표적으로 고용보험에 미가입되어 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 서울시 ‘청년수당', 경기도 ‘청년배당’ 이 이런 취지에서 사업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전환적 시도는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논란 앞에서 주춤대며 과감하게 확장되고 있지 못하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청년수당을 받을 수 없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형편에 있지만 ‘중복지원’은 안 된다는 인식이 제도의 경직성을 낳고 있다.

청년기본법 제정으로 국가 차원의 ‘청년정책’은 이제 첫발을 떼었다. 청년기본법이 각 부처의 정책을 종합화하는 청년종합정책으로 특화되기보다는 청년으로 시작하지만 청년에 국한되지 않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밑그림인 ‘권리보장’ 실천의 발화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울시는 작년 10월에 청년들이 내일을 시작할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오늘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청년출발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장기 미취업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진입을 돕는 청년수당 사업에 해당 청년들이 생애 한 번은 참여할 수 있도록 향후 3년간 10만명을 지원한다. 청년의 더 나은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월세지원 사업도 새롭게 시작한다. 다른 지방정부에서도 청년들을 위한 많은 시도와 정책들이 실행되고 있다.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에는 지방정부를 주축으로 한 중ㆍ단기 정책뿐만이 아니라, 청년정책의 장기적인 방향에 대한 전국적인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정책이 청년들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이 사회의 주체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 청년의 오늘과 사회의 내일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되었다. 지난 몇 년간 축적된 지자체의 경험과 청년기본법이 만들어 낼 시너지를 위해 청년기본법 이후를 준비하자. 청년기본법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김영경 서울시 청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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