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차 진료를 받은 ‘광주 21세기 병원’이 감염 확산 위험지로 초비상이 걸렸다. 16번 확진자가 증상을 느끼고 처음 내원한 이 병원은 임시폐쇄 조치됐으며, 다른 환자나 의료진이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 악몽이 떠올라서다. 당시 국내 환자가 속출한 것은 감염자가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 이를 뒤늦게 알면서 방역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16번 확진자 A씨는 이 병원에서 지난 설 연휴기간부터 치료를 받고 지난 3일까지 입원했다. 환자 83명이 입원하고 의료진과 직원 69명이 일하는 21세기병원은 현재 예정된 수술을 모두 취소하고 외래진료를 중단한 상태다. 병원을 통째로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가 내려져 안에서 나올 수도 없다.
병원 주변에선 방역과 소독작업이 계속됐지만 공포감이 큰 상황이다. 주변 시민은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병원이 감염병에 특히 취약할텐데 걱정”이라며 발길을 재촉했다.
인근 도로에서 간혹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마스크를 쓴 채 얼굴을 가리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편의점 주인은 “오늘 낮부터 병원이 폐쇄되고 검역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방역을 하다 보니 그 이후로 발길이 끊어졌다”며 “장사도 안돼 갈수록 힘든데 인적도 없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확진자의 가족 정보가 담긴 문건이 유출되면서 더 어수선해졌다.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일시 폐쇄된 가운데 인근 지역 어린이집과 사회복지관 등 18곳에 휴원ㆍ휴관 조치가 내려졌다. 주부 김모(47)씨는 “주부들 모임과 지인 등 카톡으로 확진자 동선과 병원 인근 지명까지 공개되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며 “확진자가 15일동안 동네에서 900여명을 접촉하고 영화관, 마트, 터미널 등에서 1,500명을 만났다는 괴소문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16번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보건당국에서 아직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소문엔 태국 출발 전에 봉선동 이마트를 찾았다는 얘기도 있지만 현재는 모르고 폐쇄조치도 없이 방역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당국과 광주시 등은 감염원 역학 조사와 함께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을 파악하고 있다. A씨의 동선을 확인하는 한편 입원했던 병원 등의 CCTV를 분석하고 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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