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의원 등 국회 제출 요청에 “인권 침해 등 우려” 공소사실 요지만 제공
법무부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생활 보호 때문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공소장을 요청하는 국회에는 기소 요지를 제출했지만 공소장 비공개는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비판론이 번지고 있다.
법무부는 4일 "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로서 전문을 제출할 경우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건 관계인의 사생활과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공소장 제출 요구를 거부했다. 법무부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아직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피의자들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공소장을 제출해 달라는 곽상도 한국자유당 의원 등의 요청에 이런 답변을 보내면서, 공소장 전문 대신 공소사실 요지를 담은 자료를 제출했다.
법무부는 향후에도 국회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소장 대신 공소사실 요지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개혁에 따라 시행 중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거론하면서 “앞으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에 따라 피고인과 사건관계인의 인권 및 절차적 권리를 더욱 충실히 보호토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의 요청에 따라 공소장을 공개해 오던 법무부가 갑자기 비공개로 방침을 선회하면서 비판론이 들끓고 있다. 검찰이 수사 보안 등의 이유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사례는 있었지만 법무부가 비공개 방침을 밝힌 것은 전례가 없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국회 요청이 있을 경우 대부분 기소 당일 공소장을 공개하거나 늦어도 4~5일 내에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국회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번지고 있다. 공소장 제출을 요청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을 6일 동안 들고 있다가 뒤늦게 비공개 결정을 한 배경을 납득할 수 없다”며 “공소장을 공개하지 못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백원우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13명을 무더기로 기소하자 국회는 기소 당일 법무부에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대검은 민감한 개인정보 등을 삭제하는 비실명화 작업을 마친 뒤 이튿날 법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6일 동안 공소장의 공개를 미루면서 비판을 자초했다.
정준기기자 joon@hna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