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공방에 개념 논란
검사 자의적 판단·권력 남용 막아 균형 있는 검찰권 행사 가능케
독일·프랑스 등 대륙법계 나라선 필수적 개념으로 채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해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다”며 상명하복 문화를 깨라고 신임 검사들에게 강조하면서 때아닌 ‘검사동일체 원칙’ 공방이 벌어졌다. 추 장관의 발언만 놓고 보면 윤 총장이 이미 폐지된 고리타분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지만, 법조계에선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군대식 상명하복은 사라져야 할 문화인 것은 분명하지만, 검찰 운영 원리로서의 검사동일체 원칙은 균형 있는 검찰권 행사를 위해 필수적인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은 모든 검사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 조직체를 형성하고 유기적 통일체로 활동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검찰제도를 도입한 나라들은 모두 채택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검찰 내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정당화하고 부추기는 개념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과거 검찰이 정치적 사건과 관련한 상부의 부당한 압력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이 원칙을 악용한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국회는 검찰청법 7조의 표제를 ‘검사동일체의 원칙’에서 ‘검찰 사무에 관한 지휘, 감독’으로 바꾸고, 1항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하여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를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개정했다.
다만 당시에도 일부 법 조항들은 유지됐다. 검찰총장이 개별 검사의 직무 승계와 이전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 조항은 균형 있는 검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검사동일체 원칙의 핵심 조항이라는 게 형사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어느 검사가 전국 어디에서 업무를 하더라도 균형 있는 결론이 나오도록 개별 검사의 자의적 판단과 검찰권 남용을 막음으로써, 법원의 3심제나 대법원 판례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검사들의 임지가 수시로 바뀌는 현실도 검사동일체 원칙의 골자를 유지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길게는 5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검찰에서는 담당검사가 수시로 바뀌다 보니 그때마다 입장이 달라지면 제대로 된 검찰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에선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와 같은 의미인 듯 부각된 측면이 있지만, 사실은 법리적 측면에서 수사와 공소유지를 위해 유지되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폐지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윤 총장을 저격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부임지가 바뀌는 검사들에게 총장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언급한 것은 업무 인수인계를 강조한 것 일뿐이지, 상명하복을 강조한 것은 아니다”며 “추 장관이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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