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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정제 짜주고, 악수 대신 손가락 하트… ‘코로나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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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정제 짜주고, 악수 대신 손가락 하트… ‘코로나 선거운동’

입력
2020.02.04 20: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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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권자들 외출 꺼리고 접촉 피해… 명함 배포ㆍ악수ㆍ대화 자제 ‘3無 선거운동’ 

강희용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동작구을)가 3일 지역 주민과 악수한 후 손세정제를 짜주고 있다. 본인 제공
강희용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동작구을)가 3일 지역 주민과 악수한 후 손세정제를 짜주고 있다. 본인 제공

“어르신, 손 한번 내밀어 보세요.”

강희용(서울 동작을) 더불어민주당 총선 예비후보는 점퍼 윗주머니 지퍼고리에 29㎖짜리 손세정제를 달고 지역을 누빈다. ‘셀프 방역’ 용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때문에 당에서 “유권자와 악수 등 접촉을 자제하라”고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강 예비후보는 4일 “저와 엉겁결에 악수를 하고 난 뒤 ‘아차’하는 유권자들에게 곧장 세정제를 짜 드린다”며 “얼굴을 알려야 하는 예비후보 입장에서 악수는 악수대로 하고, 방역도 할 수 있는 묘수”라고 했다. 악수한 뒤 세정제를 제공하는 ‘코로나 악수법’은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도 활용하고 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알려야 하는 예비후보들은 고충이 많다. 후보의 점퍼 윗주머니 지퍼에 달린 손세정제가 눈에 띈다. 강희용(서울 동작을) 예비후보 제공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알려야 하는 예비후보들은 고충이 많다. 후보의 점퍼 윗주머니 지퍼에 달린 손세정제가 눈에 띈다. 강희용(서울 동작을) 예비후보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4ㆍ15 총선 선거운동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유권자들이 외출을 꺼리는 데다, 여야 모두 명함 배포ㆍ악수ㆍ대화를 자제하는 ‘3무(無) 선거운동’ 지침을 내린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출마자들이 각양각색의 방식으로 유권자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의 기본은 악수다. 손에 탈이 나는 후보들이 나올 정도다. 악수를 금지 당한 출마자들은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가볍게 주먹을 마주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로 인사를 나누었다. 하태경 새로운보수당 책임대표도 당대표단ㆍ청년연석회의에서 몸을 흔들며 두 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만드는 ‘코로나 인사법’을 선보였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당대표단-청년연석회의에서 악수 대신 '손가락 하트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가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3차 당대표단-청년연석회의에서 악수 대신 '손가락 하트 인사'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유권자들과의 접촉을 자제하고 피켓을 활용하는 ‘묵언 선거운동’도 인기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예비후보는 “지하철, 시장 등 밀집 지역을 돌아다녔더니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렸다”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제 이름이 잘 보일 수 있도록 대형 피켓을 들고 서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해식(서울 강동을) 민주당 예비후보도 최근 선거 피켓 속 자신의 사진 크기를 대폭 키웠다고 한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법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얼굴도장’ 찍기에 나서기도 한다.

의사 출신 예비후보들은 전공을 살뜰히 살리고 있다. 이용빈(광주 광산갑) 민주당 예비후보는 ‘광산주치의’란 슬로건을 걸고 페이스북에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수칙을 홍보 중이다. 윤형선(인천 계양구을) 한국당 예비후보는 유튜브에 ‘내과의사가 알려주는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법’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느긋한 모습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경쟁자인 예비후보들이 유권자 접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 사태가 ‘현역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수도권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졸업식과 지역 간담회 등 지역민을 접촉할 수 있는 행사들이 취소되고 있지만, 인지도가 있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초선 의원도 “한 명이라도 더 만나 얼굴을 알려야 하는 예비후보 입장에선 죽을 맛일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현역에게 무조건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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