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위기경보 상향 검토…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때 발령
4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감염병 재난위기경보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대유행’ 단계까지 접어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려 발령하는 순간, 중앙은 물론 지방 정부의 행정조직은 감염병 유행 종식에 총동원된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의 재난위기경보 수준은 제한적 전파에 대응하는 ‘경계’ 단계다. 질병관리본부(질본)는 현재 확진환자 16명 가운데 2, 3차 감염자가 나왔지만, 이들이 모두 보건당국이 파악하고 있던 확진환자 접촉자들이어서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했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접촉자수도 1,000명이 넘으면서 재난위기경보 수준 상향을 검토하기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심각 단계는 신종 감염병이 지역사회에 전파됐거나 전국적으로 확산한 상황에서 발령된다. 이 경우 국무총리가 직접 주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구성되고 시ㆍ도 지방자치단체에도 그에 준하는 조직이 가동된다.
재난안전대책본부 체제에서는 모든 행정조직이 저마다 방역대책을 수립ㆍ실행한다. 가장 최근 심각 단계가 발령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국방부가 발령 이튿날 군 장병 휴가와 예비군 훈련을 잠정 중지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학교와 민간 기업도 대책에 참여해야 한다.
특히 심각 단계에선 감염병 중증환자의 입원치료에 의료자원이 집중 투입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당시 시ㆍ도 대책본부는 지역별 환자 예측에 따른 입원병상과 중환자실 확보 등 의료자원 동원하기 위한 행정 지원에 주력했고 지역별 거점병원들도 입원 중심 기능으로 전환됐다.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은 위기경보 수준 상향에 매달리기보다 현재 단계에서라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지쳐가는 의료ㆍ역학조사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입국제한 지역을 중국 후베이성 이외의 지역으로 확대해 감염자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인플루엔자는 치료제가 있어서 현장에서 진단하고 치료제만 배포하면 됐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태국에서 온 16번 환자가 확진됐다는 의미는 태국도 검역 대상에 포함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구멍이 여기저기 뚫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인력 소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심각 단계가 아닌 지금도 역학조사ㆍ의료 인력은 지쳐 있는 상태”라며 “선제적으로 심각단계로 올리면 그에 맞는 방역체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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