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중국을 넘어 국제탁구연맹(ITTF) 독일오픈 남자복식에서 우승한 장우진(25ㆍ미래에셋대우)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
장우진은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올림픽으로 가는 길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첫 단추를 잘 끼워서 좋다”면서도 “중국 선수들을 이겨 자신감이 올라간 건 맞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 같지는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장우진은 이번 대회 조대성과 짝을 이뤄 파죽지세로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3, 4위에 올라있는 마룽-린가오윤(중국) 조였다. 반면 장우진은 17위, 조대성은 122위에 불과했다. 무게 중심은 당연히 마룽-린가오윤 조에 쏠렸지만 풀세트 접전 끝에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장우진은 복식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지만 단식에서 쉬천하오(중국)에게 패해 32강 1회전부터 탈락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는 “과거 중국 선수들한테 통했던 건 강한 포핸드 공격 하나 덕분이었는데, 이제 이 무기를 상대 선수들이 다들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다”며 “경기에서 이겨도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면서 “중국 선수들이나 톱 랭커들을 올림픽에서 이기기 위해 백핸드의 정확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 탁구는 3월 부산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르고, 7월에는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다. 장우진은 독일오픈에 앞서 포르투갈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단체전 세계예선에서도 남자 대표팀의 본선행 티켓 획득에 힘을 보탰다.
장우진은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사령탑인 김택수 남자 대표팀 감독은 흡족해했다. 김 감독은 “스코어는 3-2였지만 경기 내용은 5-0이었다”며 “우리의 기세에 중국이 오히려 더 긴장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영식-이상수 조도 8강에서 판전둥-저우위(중국) 조를 제압했다. 정영식-이상수 조는 4강에서 장우진-조대성 조에 졌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껴도 될 성과”라면서 “아마 최근 중국을 가장 많이 이겨 본 게 우리 한국 선수들일 것”이라고 다독였다.
한편, 고교 진학 대신 실업팀(대한항공) 입단을 택한 여자 탁구의 ‘10대 에이스’ 신유빈(16)은 이날 귀국 후 “탁구에 더 집중하고 싶어서 실업팀에 입단하고 싶다고 아빠에게 얘기했는데, 긍정적으로 이해해주셨다”며 “좋아하는 탁구에 ‘올인’ 할 수 있으니 더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단체전 세계예선에서 맹활약하며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큰 힘을 보탠 신유빈은 “그 동안 좋지 않은 일이 있어 모두 마음고생이 심했다”며 “본선행이 확정되는 순간 같이 이겨낸 분들에게 감사했고, 한편으로 슬프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여자대표팀은 전 국가대표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의 갈등으로 유남규 감독이 자진해서 사퇴하고 추교성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는 등 혼란 속에서 올림픽 단체전 세계예선전에 나섰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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