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요청한 불승인사유서 등 청, 한 달째 내지 않고
공소장 1~2일 내 공개 법무부는 엿새째 쥐고 있어
정권에 불리한 내용 감추기 위해 국회 제출 미루기 의혹
법무부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엿새째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쥐고 있다.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사실 내용 가운데 정권에 불리한 부분이 담겨 있어 고의적으로 공개를 꺼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번지고 있다. 지난달 검찰의 압수수색을 사실상 거부한 청와대 역시 한 달이 되도록 이유 없이 압수수색 거부 사유서를 내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선거개입 의혹 관련 주요 범죄 혐의가 담긴 공소장을 이날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청와대 전ㆍ현직 관계자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다음날인 익명화를 거친 공소장을 법무부에 넘겼지만, 법무부가 엿새째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통상 중요 사건의 경우 국회 요청이 있으면 법무부는 장관 승인을 거쳐 하루 이틀 안에 공소장을 넘겨 왔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이미 기소가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장 공개는 피의사실 유포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무부의 이런 조치는 기존에 무리 없이 공소장이 공개됐던 전례와도 사뭇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한 혐의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기소될 때, 공소장은 당일 공개됐다. 선거개입 사건과 같은 날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의 공소장 역시 다음날 공개됐다.
이를 둘러싸고 법무부가 ‘선거개입’ 공소장에 담긴 검찰 수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0페이지에 달하는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에는 하명수사ㆍ선거공약 수립ㆍ단수공천 등과 관련해 청와대 인사들이 개입한 정황이 전반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역시 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 거부 사유를 한 달 가까이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10일 검찰이 청와대 자치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했지만 청와대가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고, 검찰이 제시한 상세 목록은 법원 판단 없이 임의로 작성됐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검찰은 불승인사유서를 내거나 임의제출 형태로 자료를 내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바 있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영장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 명시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다. 압수수색 대상이 여기에 해당하면 불승인사유서를 제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처럼 압수수색을 거부하며 불승인사유서도 내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청와대가 압수수색 협조를 거부하고 법무부가 공소장을 꽁꽁 숨기려는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사건이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계속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도 크다”며 “판사가 발부한 영장의 집행을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형사사법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 만큼, 어떻게든 답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