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식 집계에 따르면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2만명, 사망자는 4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감염병 확산 추정 모델을 근거로 이미 10만명 이상이 감염됐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접촉자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전염됐는지 추적하는 것에서부터 추정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런 통계가 쌓이면 신종 감염병의 감염 경로, 전파력 등 주요 특징을 찾아내고 이를 통해 특정 시기 감염 규모를 추산할 수 있다.
□ 우리 보건 당국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그가 누구를 어디서 만났는지 신속하게 공개하는 것도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관련 시스템을 갖춘 덕분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자신의 감염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게 돼 불필요한 우려와 혼란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이런 감염 추정 모델을 통해 정확한 전체 감염자 규모나 확산 패턴을 측정하는 것을 방해하는 결정적 돌발 변수가 있다. 바로 ‘슈퍼전파자’다. 대체로 감염자 중 20%가 전체 감염의 80%를 전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케이스마다 그 편차가 너무 크다.
□ 슈퍼전파자는 다른 감염자보다 월등히 전파력이 강한 사람이다. 이들은 감염병의 양상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중국 밖으로 퍼뜨린 슈퍼전파자는 중국 광저우의 의사였다. ‘정체 모를 감기’ 환자를 치료하다 감염된 후 홍콩의 한 호텔에 머물며 투숙객 12명을 감염시켰다. 이 12명이 싱가포르, 베트남, 캐나다, 아일랜드, 미국으로 사스를 퍼뜨리며 전 세계 확산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 이번 신종 코로나의 경우는 중국에서 입원한 병원 직원 14명을 감염시킨 한 환자가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슈퍼전파자다.
□ 다행히 지금까지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 확진자 중에는 아직 슈퍼전파자가 없다. 하지만 어떤 요인이 슈퍼전파자를 만드는지 알려진 바가 거의 없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그래도 슈퍼전파자를 막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있다. 사람이 모인 폐쇄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특히 독감 초기 증상을 느낀다면 꼭 착용하자. 내가 쓴 마스크로 수많은 사람이 신종 코로나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 자신도 질병의 역사에 슈퍼전파자로 오명을 남기는 처지를 모면할 수 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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