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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태국 여행자… 신종코로나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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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태국 여행자… 신종코로나 ‘시계 제로’

입력
2020.02.05 01:00
수정
2020.02.05 07:10
1면
0 0

42세 한국인 여성 16번째 확진

입국 15일 만에 격리 다음날 판정

中 이외 지역 다녀온 첫 한인 환자

정확한 감염원 파악 어려운 상황

정부 “단시간내 사태 해결 힘들어”

최고 단계 ‘심각’으로 상향 검토

[방역 1] [저작권 한국일보].4일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방역업체도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4일 오전 한 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중국교포 밀집지역인 대림중앙시장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2020-02-04(한국일보)
[방역 1] [저작권 한국일보].4일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방역업체도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4일 오전 한 방역업체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중국교포 밀집지역인 대림중앙시장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배우한 기자 /2020-02-04(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지역사회에서 대 유행하는 상황을 대비해 정부가 경계 수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할지 여부를 놓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홍콩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날 국내에서도 방역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고 있던 중국 이외 지역을 다녀온 첫 한국인 확진 환자(16번째)가 확인되는 등 위기 상황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특히 이 환자는 확진 전 1주일간 지역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자칫 의료진과 환자들을 대거 감염시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병원 내 ‘슈퍼전파자’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 사태가 단 시간 내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16번째 환자는 42세 광주시 거주 한국인 여성으로 태국 방콕과 파타야를 여행하고 지난달 19일 입국했다. 이후 25일 저녁부터 오한 등 증상이 나타나 28일부터 3일까지 지역 의료기관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3일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격리 조치됐고, 입국 16일만인 4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번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는 진행 중이나 환자가 중국이 아닌 태국에서 입국했기 때문에 정확한 감염원을 파악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태국 내 확진 환자는 이날 기준 19명으로 환자가 태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될 경우 보건당국 방역망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더불어 중국 위험지역에 대해서만 취하고 있는 외국인 입국 제한 정책 대상을 태국을 포함해 확진 환자가 많은 동남아 국가들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16번 환자와 관련해 “여행지(태국)에서 중국 후베이성 주민을 접촉했을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입국제한 지역 확대와 관련해 “중국 이외의 국가들도 지역사회 유행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동일한 절차로 오염지역을 지정한다”면서도 “현재는 검토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고 밝혔다.

중국으로부터 입국자에 대해서만 주로 검역 및 방역망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16번 환자의 등장으로 인해 의료계 일각에선 이미 지역사회에 국지적으로라도 신종 코로나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사실상 확인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6번 환자의 경우처럼 중국 외 지역에서 입국한 감염자들이 위기 대응 수위가 낮을 때 일찌감치 국내 검역망에 잡히지 않은 채 대거 유입됐을 수 있어서다. 실제 중국 외 ‘제3국’인 일본에서 감염된 후 지난달 19일 입국해 발병한 12번 중국인 환자도 국내 입국 검역망에 포착되지 않아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확진 환자들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될수록 접촉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지역사회 전파 우려를 키우고 있다. 12번 환자의 경우, 부천 영화관 이용객 등이 추가되면서 3일 기준 361명이던 접촉자 수가 4일 666명으로 크게 늘었다. 확진 환자를 역학조사 중인 경우를 제외하고 파악한 전체 국내 접촉자 수는 3일 913명에서 4일 1,318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현재 ‘경계’에서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장기전 태세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위기 경보는 아직 현재의 경계 단계를 유지하되, 실제 대응은 심각 단계에 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4일에도 “사태가 장기화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 우리 경제가 받을 충격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다방면으로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당국은 확진 환자가 지역사회에서 급증하는 상황을 가정한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 실무조직인 질병관리본부(질본)가 감염병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평가회의를 열어 환자 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시뮬레이션(실험)을 통해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중앙부처가 집결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자원동원계획을 만들게 된다. 박혜경 질본 위기대응생물과장은 “중국내 환자를 수천명부터 수만명까지 추산한 해외 논문들을 바탕으로 2~5%로 알려진 치명률에 따라 사망자가 얼마나 발생할지 등의 내용을 중수본에 제공하는 역할을 질본이 맡고 있고 내부 검토자료는 만들어져 있다”라고 이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태호 중수본 총괄반장은 “신종 코로나가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시나리오를 자원동원 계획까지 합쳐 수립 중에 있다”라면서 “다만 자원동원 계획 등은 국가 자원이 공개되는 문제 때문에 밝히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아직 위기경보를 심각단계로 상향하지는 않았지만 장기전을 위한 실무준비도 이뤄지고 있다. 먼저 확진 환자와 접촉해 자가격리되는 자영업자, 저소득층, 무직자에 대해 생활비가 지원된다. 4일부터 모든 확진 환자 접촉자를 14일간 자가격리하는 조치가 시행되면서 자가격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중수본과 기획재정부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관련 내용이 고시된다. 직장인에 대해선 기업이 휴업수당을 지급하면 정부가 기업에 비용을 보전하게 된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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