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수사에 관여하며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경찰인재개발원장)이 경찰대 동문인 판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황 전 청장은 검찰 조사를 받지 않고 바로 기소된 만큼, 공판 단계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 전 청장 사건을 맡게 된 이승형(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경찰대 1기인 황 전 청장의 대학 후배(경찰대 5기)로, 경찰을 그만둔 뒤 사법고시에 합격해 청주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경찰 현직 시절에는 충남경찰청 기동대 소대장, 서울 마포경찰서 강력반장 등을 지냈고, 황 전 청장과 사적 인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청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부당한 기소를 했다는 것에 이 변호사와 공감대가 있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달 29일 황 전 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경찰관들을 좌천시키고,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수사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다. 검찰은 황 전 청장이 검찰 인사 이동이 끝난 뒤인 이달 4일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출석할 뜻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조사 없이 곧바로 기소했다. 황 전 청장은 판사 출신을 기용해 공판 단계에서 무죄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송철호 시장이 나에게 수사를 청탁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는데, 증거도 없고 터무니 없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 사건과 청와대 하명수사 사건 등을 계기로 울산의 검ㆍ경 갈등이 격화되면서, 울산경찰청 관련 사건을 경찰 출신 변호사가 맡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경찰청장 출신인 김학배(16기) 변호사가 김기현 전 시장 형제들을 경찰에 고발한 건설업자 김흥태씨의 사기 사건을 맡은 게 대표적이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직접 수사했던 울산경찰청 지수대장 A씨가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을 때도 경찰대 출신인 김화섭(35기) 변호사가 변호를 맡았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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