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이 연극과 플라스틱드라마(마임을 활용한 연극과 무용이 결합한 복합장르)로 무대에 오른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4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올해 공연계획을 발표했다. 오네긴 작품은 5월 21일~24일, 9월 10일~20일 경기 수원 경기전당에서 각각 플라스틱드라마와 연극으로 선보인다. 원작이 시 형식의 소설이라 지금까지는 주로 오페라나 발레 작품으로 소비돼 왔다.
새로운 장르로 푸시킨 작품을 즐기기 위해 경기전당은 러시아 연출가 세르게이 제믈랸스키와 콘스탄틴 보고몰로프를 섭외했다. 이들은 현지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주목받는 예술감독으로 전해진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4개 예술단체(극단ㆍ무용단ㆍ국악단ㆍ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로 구성된 경기전당은 올해부터 분야별 주제를 정하는 ‘래퍼토리’ 방식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로 했다. 2020년을 아우르는 키워드는 ‘헬로(Hello)’다. 이우종 대표는 “헬로(안녕)라는 겸허한 단어에는 경기도만의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어 공연계 전체의 래퍼토리를 풍성하게 하겠다는 출발의 의미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도약’을 내세운 경기필은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와 함께 올해 ‘앤솔러지’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다. 문학 작품집을 뜻하는 이름대로 고전부터 낭만주의 시대까지 7차례에 걸쳐 다양한 클래식 명곡을 연주한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다솔 등과의 협연도 준비됐다. 특히 9월 4,5일 경기전당에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경기필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베토벤, 드보르작의 곡을 연주한다.
무용단은 ‘도전’이라는 기치 아래 한국무용에 서사를 입힌 댄스컬 ‘률’(3월 25~28일 경기전당ㆍ4월 18일 성남아트센터) 등도 무대에 올린다. 극단도 새 예술감독 한태숙의 힘이 관심사다. 따뜻한 가족극이나 역사극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적 모순을 꼬집는 ‘브라보, 엄사장’(3월 5~15일 경기전당)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국악단 역시 신임 예술감독 원일이 ‘미래’의 국악 청사진을 제시한 ‘신 시나위’(3월 12ㆍ13일 경기전당)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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