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제 광주시 행정부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이용섭 광주시장도 선거법 위반 의혹에 휩싸였다. 이 시장이 광주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 발행되는 광주시 월간잡지를 통해 매달 자신의 치적 등을 홍보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관련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가 매달 민선 7기 주요 사업 추진 실적 등을 게재한 월간지 ‘광주속삭임’을 1만부씩 발행해 시민 등에게 배부하는 것을 두고 현행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법 제86조 5항은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의 사업 계획ㆍ추진 실적 그 밖에 지자체의 활동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해 발행ㆍ배부 또는 방송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긴 사람은 부정선거운동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자치단체가 빈번하게 자신의 업적을 홍보하는 건 간접적으로 자치단체장의 홍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홍보물 발행을 분기별 1종 1회로 제한한 것”이라며 “이런 제한이 지방행정에 관한 자치단체장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해 2월부터 매달 광주속삭임의 고정난인 ‘이슈 포커스’와 부정기 기획기사를 통해 이 시장의 주요 시정 성과와 역점 추진 사업 계획 등을 비중 있게 싣고 있다. 실제 시는 지난해 12월호에 민선 7기 2년차 광주시의 추진 실적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다룬 지역신문 기자의 기고를 ‘혁신과 소통으로 그린 2019년’이라는 제목으로 4쪽에 걸쳐 기획물로 게재한 데 이어 올해 1월에 또다시 민선 7기 이용섭 호 15대 핵심 성과 및 100대 주요 성과 발표 내용을 실었다. 특히 1월호에선 이 시장이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수여하는 목민상을 받고, 올해의 지방자치 CEO로도 선정됐다는 등 이 시장의 치적까지 홍보했다. 이 밖에도 시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과 인공지능 중심도시 조성사업 등 이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이나 성공사례 등을 매달 반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시는 매달 A4용지 크기 52쪽 분량의 광주속삭임 발행ㆍ배부에 앞서 발행인인 이 시장에게 고정난 콘텐츠 제목 등을 보고하고 있다.
시의 이런 잡지 제작 관행은 이 시장 취임 이후인 2018년 12월 계간지였던 광주속삭임이 광주시보(市報) ‘빛고을 광주’와 통폐합돼 월간지로 바뀌면서부터 굳어졌다. 2015년 4월 창간된 광주속삭임은 시보와 통폐합 이전엔 광주의 역사와 문화, 볼거리 등을 다뤘을 뿐 광주시의 사업 추진 실적 등은 싣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광주속삭임이 실제 발행 목적과는 관계없이 자치단체장 선거운동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광주시선관위는 광주속삭임뿐만 아니라 시가 발행하는 홍보물과 인터넷방송,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규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가 발행한 홍보물에 사업 추진 실적 등이 실린 경위 등 사실관계를 (광주시 측) 책임자와 접촉해 파악할 계획”이라며 “규정 위반 혐의점이 있다면 본격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속삭임이 소식지 성격을 갖고 있어서 시민들의 협조나 지원이 필요한 사안들을 이슈 포커스를 통해 이야기했던 것”이라며 “다만 이를 그런 (선거법 위반) 시각으로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어 관련 조례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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