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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장의 쓴소리 “보험업계, 위기에도 과거관행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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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장의 쓴소리 “보험업계, 위기에도 과거관행 답습”

입력
2020.02.04 15:54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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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험연구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제공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보험연구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제공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국내 보험업계가 수익성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사면초가의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데도 과거 성장기의 사업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며 쓴소리도 했다. 보험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모델을 제시하고 수익성 악화의 핵심 원인인 실손보험과 자동차 보험의 개선방안을 내놓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안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국내 보험산업의 상황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지속성장의 온기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측면에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사들이 저금리로 인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새로운 회계제도의 도입으로 자본투입 압박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보험산업의 어려움의 주원인이 과거 성장기 시절 판매에 집중해 건전성 문제를 도외시한 기존 사업모형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성장기 보험시장에서 보험회사는 보험료에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도 판매규모를 늘리면 됐고, 감독 관행도 상품의 건전성보다 보험료 과다 여부에 주목했다”며 그 결과로 “높은 손해율이 지속되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보험회사와 소비자가 모두 보험료에 불만과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이어 “아직도 경영자들이 질보다는 외형 성장과 단기 목표에 몰두하면서 장래손실이 예상되는 신상품이 여전히 시장에 출시되고 있다”며 “건전성감독도 신상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의 관행은 보험회사, 보험감독, 보험소비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어 부분적 개혁으로는 기존 관행을 고쳐 새로운 관행을 세우기 어렵다”며 장기적ㆍ구조적 개혁안을 내놓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연구과제 목표를 △상품 혁신 및 제도 개선 △재무건전성 및 리스크관리 △소비자 신뢰 제고와 보험생태계 건전화 △보험산업의 장기지속성장 등 네 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특히 보험업계에서 최근 수익성과 지속성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개선 방안을 핵심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단기적으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연구하는 한편, 사회적 자본 측면에서 신뢰의 부재가 보험산업의 모럴 해저드를 낳고 있다는 관점에서 2년 계획의 연구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로 했다.

최근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을 계기로 신종 위험에 대응한 민간 보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안 원장은 “전염병 상황에서 민간 보험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며 조만간 관련 보고서를 발행하고 하반기 중 ‘파라메트릭 보험’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파라메트릭 보험은 손실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운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한 기업의 매출 감소나 농작물 피해 등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상품이다. 한국에선 재해 발생이 다른 나라보다 비교적 적기 때문에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새 연구는 대규모 감염증으로 인한 피해에 대응하는 보험 상품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셈이다.

안 원장은 “시장 및 경영 현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정책 및 감독 결정을 뒷받침하고 글로벌 시장의 기여도도 높이는 보험산업의 싱크탱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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