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착공한다면서 아직도 잠잠… 2월 현재 취수관도 설치 못해
경북 울릉군이 제2의 제주 삼다수를 겨냥해 추진 중인 먹는 샘물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울릉군은 ‘공공목적 외 취수시설 건설은 안 된다’는 환경부 방침에 따라 대안을 찾고 있지만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4일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환경부 지적사항을 검토해 같은해 9, 10월쯤 착공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울릉군은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북면 나리 추산에서 지표로 솟아나는 용천수 가운데 하루 약 1,000㎥를 먹는 샘물로 만들어 시중에 판매할 방침이었다. 현재 이곳에서 솟아나는 하루 3만여톤의 물 중 3,000여톤은 북면과 서면지역 생활용수로, 9,000여톤은 수력발전소 가동, 나머지 1만5,000여톤은 그냥 흘려 보내고 있다.
이에대해 환경부는 추산 용천수가 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고 규정상 상수원보호구역 안에는 공익시설만 지을 수 있어 수익을 목적으로 한 먹는 샘물 취수구 설치는 어렵다는 방침을 밝혔다.
울릉군은 지난해 7월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추산 용천수 샘물사업과 관련해 환경부가 지적한 사항에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관련기관들과 잘 협의해 9월이나 10월 중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울릉군은 상수원보호구역 밖에서 취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고려했지만,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울릉군 관계자는 “제주 삼다수는 지하 암반수라 암반에 들어 있는 물을 뽑아내는 방식이지만 추산 용천수는 지표로 솟는 샘물을 받아야 한다”며 “상수원보호구역 밖에 취수시설을 설치하면 수원지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을 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먹는 샘물의 수질 기준을 바꿔야 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군이 계획대로 착공하지 않자 일부 주민들은 “생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샘물 사업이 무산될 경우 상수원보호구역 내 취수 가능 여부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놓고 울릉군과 LG생활건강 사이 다툼이 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울릉군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월 각각 20억원(13%)과 500억원(87%)을 출자해 자본금 520억원 규모의 민ㆍ관합작법인 ㈜울릉샘물을 설립했다.
이에 울릉군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취수시설 건설을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가 주춤하면 환경부 등 유관기관을 방문해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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