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최은영 등 작가들의 수상 거부 선언으로 시작돼 작가 수십 명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상문학상 파문에 대해 문단 원로로 이상문학상 제정에 관여했던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전 장관은 3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상문학상은 작가, 출판사, 독자 셋이 오랜 시간 동안 함께 만들어온 상”이라며 “상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저작권법에 따라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1977년 문학사상 주간 시절 소설가 이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상문학상을 제정을 주도했던 사람이다. 1985년 주간직을 내려놓을 때까지 이상문학상을 이끌어 나갔고 김승옥, 이청준, 박완서, 최인호 같은 굵직한 작가들을 수상자로 배출해냈다.
저작권 논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 상을 만들었을 당시 저작권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고, 저작권에 대한 개념도 희박했고, 시장도 좁아 작가와 주최 양측의 호의 하에 묵계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이후 저작권법이 도입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어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상에서 탈락한 작품들에게 우수상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대상 이외 후보작을 우수상 명목으로 공개했던 건 단순히 상을 주고 받는 것을 뛰어넘어 그 해에 가장 읽을만한 소설 여러 편을 독자에게 소개해보자는 취지였다”며 “허물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상인만큼, 법적으로 가릴 것은 가리되 누구도 공멸하지 않는 방향에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문학상 제정에 관여한 원로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이상문학상 파문은 계속 번져가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등 작가 관련 단체들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문학사상측의 사과와 빠른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작가회의는 이날 낸 성명에서 “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운용과 관련한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작가들의 목숨과도 같은 저작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행위이며 나아가 작가의 인격과 명예에 대한 모욕”이라고 밝혔다.
앞서 2일 성명을 낸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도 “이번 문제가 된 이상문학상의 저작권 양도 요구 조항 등은 한국 문학계를 대표하는 상조차도 작가의 권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며 “‘출판권’이 아닌 ‘저작권’을 요구하며 실질적인 매절을 강요하는 업계의 불공정한 저작권 양도 관행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상문학상’ 파문은 지난달 소설가 김금희, 최은영 등이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이 부당하다며 상을 거부하면서 일어났다. 지난해 대상 수상작가인 윤이형 작가가 절필을 선언하고 황정은, 권여선 등 수십 명의 작가들이 문학사상사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상작 발표를 미룬 문학사상사는 파문이 불거진 뒤 한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뚜렷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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