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발병 두 달 만에 사스 8개월간 사망자 수 넘어서
후베이성 외 전염 빨라져… 25개국 1만7400명 확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의 중국 내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사망자 수는 3일 발병 두 달여만에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당시를 넘어섰다. 발병지인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신규 확진자 수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해외 감염자도 계속 늘어나면서 ‘팬데믹(전 세계적 전염병 유행)’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현재 중국 내 사망자는 전날보다 57명 늘어난 361명이었다. 각각 45명이 사망한 1일과 2일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이 중 우한 41명을 포함해 후베이성에서 총 56명이 숨졌고, 나머지 1명은 인접한 충칭에서 나왔다. 이날을 기점을 신종 코로나로 인한 중국 내 사망자 수는 지난해 12월 1일 첫 발병 이후 두 달여만에 사스 당시를 뛰어넘었다. 사스가 창궐한 2002년 11월~2003년 6월 사이 중국 내 사망자는 348명이었다. 지구촌 전체 사망자는 774명에 달했다.
더 심각한 건 후베이성 이외 지역의 확진자 증가세다. 일일 기준 증가수가 지난달 30일 76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31일 755명, 이달 1일 669명으로 주춤하는가 싶었지만 2일 다시 726명으로 증가했다. 후베이성 봉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특히 후베이성과 맞닿은 안후이성(408명)ㆍ장시성(391명)에 비해 멀리 떨어진 동부연안 저장성(724명)의 확진자 수가 훨씬 더 많다. 이에 중국 정부는 후베이성에 이어 우한에서 직선거리로 680㎞ 떨어진 저장성 원저우의 고속도로 요금소를 폐쇄하는 등 도시 봉쇄에 나섰다. 원저우(인구 925만명)와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인구 2,500만명)는 460㎞ 거리에 있다. 중국 전체 확진자는 2,829명 늘어 1만7,20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와 확진자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염 양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북부 네이멍구에선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는 한 남성이 감염자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그의 집 아래층에는 확진자가 거주하고 있다. 남부 광저우에서는 확진자 집안 문의 손잡이에서 바이러스 핵산이 검출됐다. 직접 접촉이 아닌 주변 물건을 통한 감염 가능성이 재차 확인된 것이다. 남부 선전에서는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음식 배달원이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내외신 브리핑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 진행했다.
중국 보건당국의 잦은 입장 번복도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가위생위는 이날 “어린이와 임산부가 더 감염되기 쉽다”고 발표했다. 어린이와 젊은이의 감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전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사람 간 전염을 확인하고도 한 달 넘게 감춘 사실, 의료진 감염 은폐 등이 드러난 터라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이날 중국 본토 이외 지역의 확진자는 미국 3명, 독일 2명, 베트남ㆍ캐나다ㆍ홍콩ㆍ마카오 각 1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확진자는 25개국, 1만7,400명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가 독감처럼 빠르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비교적 느리게 퍼진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NIH)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신종 코로나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 팬데믹으로 가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했다.
실제 NYT는 “여러 유행병학 모델에 따르면 실제 감염자 수가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2003년 사스(8,098명), 2012년 메르스(2,500명)과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경우 치사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전 세계 사망자는 최대 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도 아직은 2~3% 정도이지만 감염자가 폭증할 경우 사망자 수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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