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CCTV 1990개로 9년간 범죄 7137건 적발
“저 사람 행동이 수상한데….”
지난달 30일 오전 1시 5분쯤. 서울 노원구 스마트도시통합운영센터에서 폐쇄회로(CC)TV를 지켜보던 관제요원 김모(48)씨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 관내 아파트 상가 앞에서 수상쩍은 거동의 한 남성이 포착된 것. 심상치 않다고 여긴 김씨는 수동으로 CCTV를 조정해 이 남성을 쫓기 시작했다. 16분 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더니 작은 비닐봉지와 현금을 주고 받았다. 담배 하나를 번갈아 나눠 피운 두 사람은 잎사귀로 보이는 물체를 만지작거렸다. 대마초 거래를 직감한 김씨는 당시 센터에 상주하던 경찰에 이를 알렸고, 곧바로 관할 지구대가 출동했다. 마약 구매자 황모(23)씨와 판매자 40대 인도인은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3일 노원구에 따르면 마약사범 검거 전담반이 아닌 기초자치단체의 CCTV관제센터에서 마약 거래 현장을 적발한 것은 처음이다. 16명의 관제요원과 노원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 4명이 4조 3교대로 총 1,990대의 CCTV 화면을 24시간 지켜본 결과다.
CCTV 같은 스마트기술이 시민 안전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이 센터만해도 작년까지 노원구 내에서 벌어진 살인 등 강력범죄부터 수배ㆍ의심 차량 발견까지 7,137건에 이르는 범죄 현장을 잡아냈다. 경찰서, 지구대와 신속한 협조가 이뤄지면서 피의자 검거나 범죄 예방으로 이어졌다.
은평구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한 남성을 CCTV로 찾아 구조하기도 했다. 구가 운영하는 통합관제센터의 관제요원 문영이(54)씨는 지난달 14일 오전 4시 30분 경찰서 112상황실로부터 한 신고를 전달받았다. 윤모(77)씨가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집주인과 다툰 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며 집을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문씨는 신고지 주변 CCTV를 추적해 30분 만에 인근 산으로 올라가는 윤씨의 행적을 발견했다.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날 6시 20분 등산로에서 벗어난 숲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윤씨를 발견해 가족에게 넘겼다.
서초구는 한 발 더 나아가 범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CCTV’를 이르면 7월부터 선보인다. CCTV 화면에 보여지는 상황에 범죄 통계 정보를 결합시켜 우범률을 계산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예를들어 늦은 시간 후미진 골목에 수상한 한 남성이 CCTV에 잡혔다. 이 남성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장소, 시간, 인물 패턴 등을 AI가 종합판단해 경고해준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CCTV 관제센터는 범죄 예방과 사건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해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추적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안전한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범죄예방 시설과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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