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제품 불구 쇼핑몰 따라
최대 10배 가까이 차이 발생
쇼핑몰 심사ㆍ이의 제기 과정 없는
오픈마켓의 순기능이 부작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여파로 빚어진 마스크 품귀 현상 속에 일부 온라인 쇼핑몰의 얌체 상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동일한 마스크라도 온라인 쇼핑몰마다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로 다르게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3일 오전 국내 한 제약업체가 출시한 ‘황사방역마스크(성인용 KF94)’의 온라인 가격을 검색해보니 A쇼핑몰에선 다른 2종(성인용 KF80, 어린이용 KF94)과 함께 10만원에 나왔다. 마스크 하나가 3만원이 넘는 셈이다. B쇼핑몰에선 같은 제품이 3,840원으로 검색됐다. C쇼핑몰을 찾아보니 제조사와 제품명은 동일하면서 포장만 다른 마스크가 1,300원에 팔렸다. 1개 마스크 가격이 쇼핑몰에 따라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 셈이다. 해당 제약업체 측은 “제조단가에는 변동이 없고 계속 같은 가격으로 공급해왔다”며 “유통사에 대량으로 공급할 때도 소폭 할인이 이뤄질 뿐 가격 차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동일한 제품 가격이 이처럼 천차만별로 다르게 매겨진 이유는 뭘까. 관련업계에선 서로 다른 유통구조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특히 개인 판매자들이 직접 상품을 올려 매매하는 오픈마켓은 유통 질서 파괴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중간 유통단계는 생략하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준다는 점에서 평소 오픈마켓에선 기존 유통채널 보단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해왔다. 판매자가 아무리 낮은 가격을 정해도 오픈마켓으로 운영 중인 쇼핑몰은 관련 법에 따라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 할인에 한계가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오픈마켓에 뒤처진 배경이다.
문제는 반대의 상황에서 비롯된 부작용이다. 오픈마켓에서 수요가 높지만 공급이 부족한 상품의 가격을 고가로 올려서 판매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단 점이다. 인상한 가격에도 제품이 팔리면 다른 판매자들이 더 값을 올리면서 악순환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오픈마켓의 순기능이 부작용으로 돌아오는 꼴이다. 1개 마스크를 3만원 이상의 고가로 내놓은 A쇼핑몰이 대표적인 사례다.
B쇼핑몰에선 일부 마스크를 직매입한다. 쇼핑몰이 직접 물량을 확보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보니 개인 판매자가 가격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없다. 어떤 제품은 사이트에 입점한 협력사를 통해 판매되기도 한다. 이 경우, 협력사를 선정하거나 협력사의 판매가를 게시할 때 쇼핑몰이 심사나 이의 제기 등의 방식으로 관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쇼핑몰이 협력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적어도 사이트 내에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특수 시기니만큼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해 비상식적인 가격 인상에 대해선 판매자들에게 조정을 권고하거나 중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C쇼핑몰처럼 대형 유통업체와 연결된 곳은 가격 변동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선 신종 코로나 확산 전과 후 마스크 값이 거의 차이가 없다”며 “가격 변동 폭이 적은 게 대형 유통업체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많은 판매자나 협력사가 같은 상품을 올리는 오픈마켓에 비해 물량이 적다는 건 단점이다.
결국 합리적인 가격으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선 소비자가 ‘손품’을 팔면서 꼼꼼하게 비교 검색에 나서야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갑자기 올리거나 예고 없이 취소하는 등의 혼란이 만연하지 않도록 유통채널과 판매자의 책임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