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로 부품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생산 중단 위기에 처했다. 현대차 대형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팰리세이드’는 부품 재고량이 이틀 치만 남아있어 가장 먼저 생산이 중단될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가 국내 공장을 모두 문닫을 경우, 하루 약 8,900대 가량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
3일 현대ㆍ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 울산2ㆍ4공장은 팰리세이드 생산을 5일 이후 중단할 예정이다. 주요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라인 작업’이 이뤄지는 자동차 생산 공정 특성상 하나의 부품만 부족해도 해당 차량은 생산을 멈춰야만 한다.
팰리세이드 뿐만 아니다. 현대차의 경우 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등 인기 차종에 대한 와이어링 하네스를 1~2주 분량의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 해당 기간 내 대체 부품을 찾지 못하면 다른 차종들 역시 순차적으로 생산이 중단될 수 밖에 없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른 형태의 와이어링 하네스를 적용한 일부 차종만 정상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는 모하비, 쏘렌토 등을 생산하는 화성공장과 셀토스, 쏘울 등을 생산하는 광주공장 생산량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4일까지는 각 공장별로 부품 수급이 어려운 곳은 거치대에 차체를 올리지 않고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이 공장들 역시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수급 문제로 생산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차량 내 전기 신호와 전력을 전달하는 부품이다. 전선, 커넥터, 전원분배 장치 등으로 구성돼 차량 전체에 인체 신경망처럼 설치돼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는 설계 단계부터 차량에 맞게 제작되기 때문에 대체품을 찾기 어렵다. 때문에 현대ㆍ기아차는 ‘유라’ ‘경신’ 등 기존 공급사를 통해 국내 와이어링 하네스 생산 가능 공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 대부분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해 대체품 수급이 녹록치 않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국내 부품사들과 함께 와이어링 하네스 대체 생산이 가능한 곳을 찾고 있다”며 “국내에서 찾지 못할 경우 해외 업체나 공장에서 수급해 생산에 차질이 업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 차질은 현대ㆍ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쌍용차는 오는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한국GM, 르노삼성차도 현재 중국 상황을 주시하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를 파악하고 있다. 부품 공급사들은 ‘진영글로벌’ 등 와이어링 하네스 국내공장이 있는 업체들과 생산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수급 문제로 현대ㆍ기아차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323만6,233대를 생산했다. 하루 평균 8,870대를 생산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81.9%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와이어링 하네스 대체품을 확보해야 올해 생산 계획에 차질을 줄일 수 있다”며 “대체품을 확보하지 못하면 하루 평균 1만대 이상의 생산차질이 발생해 올해도 400만대 생산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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