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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5~10년… 개인 위생이 최선의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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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백신 개발에 5~10년… 개인 위생이 최선의 방역

입력
2020.02.04 04:00
수정
2020.02.04 08:4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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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대부분 손으로 전파…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빡빡 씻어야

그림 2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 단백질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왕관(코로나ㆍcorona)을 닮았다고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ㆍNovel coronavirus(2019-nCoV))’ 환자가 2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 숫자도 360명이 넘는 등 급속히 퍼지면서 바이러스 공포가 커지고 있다. 대유행(Pandemic) 조짐마저 보인다.

바이러스는 인류를 괴롭히는 위협적인 존재다. 20세기 들어서만 천연두 바이러스로 3억명이 목숨을 잃었고, 1918년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5,000만명이 숨졌을 정도다. 가공할 만한 바이러스의 위력은 지구를 침략한 외계생물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허무하게 궤멸한다는 내용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ㆍ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ㆍ2005년 개봉)’에서도 잘 그려졌다.

하지만 인류는 백신 개발을 통해 바이러스에 대항했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1796년 영국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을 개발해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천연두 박멸’을 선언했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도 1955년 미국 의사인 조너스 소크 박사가 백신을 개발하면서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 살인적 대유행 주범

라틴어로 ‘독(毒)’이라는 뜻인 바이러스는 세균(박테리아)보다 훨씬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핵산(DNA,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막으로 구성돼 있고 스스로 물질대사를 하지 못해 동ㆍ식물이나 미생물 세포에 기생해 생명력을 이어 가기에 무생물에 가깝다. 바이러스는 20~300나노미터(㎚ㆍ10억분의 1m)로 몇 마이크로미터(㎛ㆍ100만분의 1m) 정도인 세균보다 훨씬 작아 1938년에야 관찰됐다. 물론 판도라바이러스(1.2 마이크로미터)ㆍ피토바이러스(1.5마이크로미터) 등 ‘거대 바이러스’도 있다.

바이러스는 핵산 종류나 기생 장소에 따라 분류한다. 핵산 종류에 따라서는 RNA바이러스(HIV, 일본뇌염, 홍역, 코로나 바이러스 등)와 DNA바이러스(B형 간염, 천연두, 수두 바이러스 등)로 구분한다. WHO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사망자 수를 근거로 집계한 세계 10대 전염병(에이즈, 스페인독감, 아시아독감, 홍콩독감, A형 신종 인플루엔자, 에볼라, 홍역, 콜레라, 뇌수막염) 가운데 8개(콜레라와 뇌수막염 제외)가 RNA바이러스다.

기생 장소에 따라서는 동물성 바이러스(홍역, 광견병, 인플루엔자, 천연두, 소아마비, 뇌염 바이러스 등)ㆍ식물성 바이러스(TMV, 감자위축병 바이러스 등)ㆍ세균성 바이러스(T2 파지, T4 파지 등) 등이 있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종 바이러스는 RNA 유전물질을 가진 바이러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성"이라며 "쉽게 말해 세균은 자기를 복제하는 공장이 있지만 RNA 바이러스는 공장을 빌려 생산하기 때문에 불량품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주로 걸리는 바이러스로는 인플루엔자, 파라인플루엔자, 아데노, 보카, 호흡기세포융합(RS), 라이노, 사람메타뉴모, 코로나 바이러스 등이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형은 1967년 영국 감기연구소에서 발견됐다. 첫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OC43, 229E)의 표면 단백질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 왕관을 닮아 ‘코로나(Coronaㆍ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 바이러스’라고 명명됐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게놈(생물의 유전정보) 서열에 따라 알파ㆍ베타ㆍ감마ㆍ델타 등 4가지 속(屬ㆍgenus)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알파와 베타 바이러스만 박쥐와 인간에게서 감염을 일으킨다. 사스ㆍ메르스ㆍ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모두 베타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두 동물에서 오지는 않지만 메르스ㆍ사스ㆍ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발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발견된 7가지 코로나 바이러스 가운데 4종류는 가벼운 감기만 앓게 한다. 하지만 2002년 중국에서 시작됐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은 32개국에서 8,098명의 환자와 774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했다. 2012년 유행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치사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독해졌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사율은 사스(10%), 메르스(35%)보다 낮은 편(4~5% 정도)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유행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없지 않다. 크리스천 앤더슨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전염병유전체학 교수는 과학전문 네이처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되고 있지만 더 악화되거나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림 3 박쥐는 유일하게 비행하는 포유류로 집단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바이러스를 퍼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슈퍼 악당’ 박쥐,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 주범

사스ㆍ메르스ㆍ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처음에는 동물에서 인간에게, 나중에는 인간 사이에 전염되는 인수(人獸) 공통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과학자들은 이들 인수 공통 바이러스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 지난 5년간 20개국에서 1만9,000마리의 동물을 생포해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박쥐가 최초의 숙주라는 걸 알아냈다.

박쥐는 유일하게 날아다니는 포유류로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1,300여종이 살고 있다. 박쥐는 에볼라, 광견병, 사스, 메르스 바이러스의 최초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슈퍼 악당(super villain)’으로 불린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박쥐가 고릴라를 통해 사람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사향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사스를, 낙타를 통해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박쥐가 전염병 전파의 주범이 된 데는 수명이 평균 30년으로 긴 데다 수백만 마리가 동굴에서 빽빽하게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 때문이다. 집단생활로 인해 쉽게 바이러스를 접촉하는데다 비행하면서 다른 동물에게 전파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박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첫 숙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과학원 산하 우한 바이러스학 연구소가 이미 1년 전에 “박쥐에서 유래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대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간매개체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밍크ㆍ뱀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이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형이어서 쉽게 변이를 일으키므로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은 지난달 29일 중국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환자의 기관지에서 채취한 바이러스를 정상인의 기도상피세포에 주사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 배양에 성공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했다고 밝혔다. 홍콩 연구진은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은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시험까지 안전성을 증명해야 예방접종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5~10년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한다.

◇개인 위생 철저히 하는 것이 우선

인류는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를 앞지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을 최선책은 개인 위생과 환자의 신속 대응이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은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수백 배가 되므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바이러스는 대부분 손으로 전파되므로 손을 깨끗이 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손을 30초 이상 씻으면 바이러스는 거의 사라진다. 알코올 70% 정도의 손 세정제로 씻어도 된다.

공공장소에서는 기침 예절을 잘 지켜야 한다. 기침을 하면 크기가 5마이크로미터 이상인 침방울(비말ㆍ飛沫)이 반경 2m 내에 3,000개 정도 튀면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따라서 “기침할 때 휴지나 손수건보다 옷소매로 코와 입을 가려 침방울이 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보건 마스크 KF-80 이상(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입자를 80% 이상 차단)이면 된다. 바이러스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잘 침투하므로 자주 물을 마시면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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