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등 규제 강화에 입장 선회]
2주내 우한 소재 후베이성 방문자, 4일 0시부터 국내 입국 전면 금지
한국인은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제주 무비자 입국제도 당분간 중단
2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이 4일부터 전면 금지된다. 외국인의 제주 무비자 입국도 일시 중단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국내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발(發) 여행객 입국을 제한하는 초유의 조치다. 하지만 후베이성 이외 지역 확진자도 늘고 있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일 신종 코로나 대응 관련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4일 0시부터 당분간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인의 경우 입국은 가능하지만 2주 동안 자가격리 조치된다.
정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특정 국가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국 금지 대상이 ‘후베이성 방문 및 체류 외국인’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중국인에 대한 부분적 입국 금지를 취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특별입국절차를 신설,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내ㆍ외국인은 별도 입국 절차를 거치게 되고 중국 전용 입국장도 별도로 만들기로 했다. 중국인 대상 한국 입국 비자 발급도 제한하고, 관광 목적 단기비자 발급은 중단하는 방법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중국과의 관계를 감안해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던 정부가 입장을 선회한 데는, 미국ㆍ일본 등이 앞서 유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도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철수권고)로 상향 발령했다. 여행경보 상향에 따라 관광 목적의 중국 방문도 금지될 예정이고, 중국 대상 항공기와 선박편도 축소될 예정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 무사증 입국 제도도 2002년 시행 후 18년 만에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제주지역 무사증 입국자 81만여 명 중 약 98%(79만여 명)가 중국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치 역시 중국인의 여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밀접ㆍ일상접촉자 구분 없이 확진환자 접촉자 전체에 대해 자가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사업장, 어린이집 등 집단시설 근무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경우 14일간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자가격리에 따른 생활지원 및 유급휴가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며, 자가격리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엔 형사고발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아울러 감염우려지역의 유치원, 학교 등은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업하도록 하는 방안도 정부가 검토 중이다. 정 총리는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경로를 더 촘촘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요 급증으로 인해 마스크 가격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 정 총리는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관계부처에 당부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하루 평균 800만개를 생산 중인데, 하루 1,000만개 이상을 생산하도록 생산업체를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범정부 단속반을 운영, ‘마스크 사재기’를 집중 점검한다.
일련의 ‘강력 대응’은 ‘최고 수준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 총리는 “정부는 현재 위기경보 단계인 ‘경계’ 상태를 유지하되,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에 준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이는 (경계 단계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책임자로 되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총리가 직접 대응하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감염위기는 관심ㆍ주의ㆍ경계ㆍ심각 4단계로 구분된다.
한편 지난 주말 사이 4명이 추가로 확진 되면서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15명으로 늘어났다. 추가된 환자 중에는 지난달 19일 일본에서 귀국한 중국인 12번째 환자(48)와 그의 아내(40세 중국인ㆍ14번째 환자)가 포함됐다. 지난달 31일 중국 우한시에서 1차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교민(28ㆍ13번째 환자)도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입소 후 증상이 나타나 격리돼 2일 확진 환자로 분류됐다.
지난달 20일 우한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15번째 환자(43)는 2일에야 확진되는 등 잠복기가 10일 넘게 이어지는 경우도 속속 나타나 확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파 유형이 기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달리 무증상ㆍ경증환자 감염증 전파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잠복기가 길어질수록 국내 감염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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