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조정지역ㆍ교통ㆍ리모델링 호재 업고 ‘수용성’ 신조어까지
“경기 남부, 강남 풍선효과 단골… 투기수요 몰려 거품 주의를”
#. 작년 초 8억원대에 거래됐던 수원 영통구 ‘광교자연앤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19층이 12억7,000만원에 팔렸다. 현재 호가는 13억원대에 형성돼 있는데, 최고가 매물은 14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마포구에서 가장 비싼, 이른바 대장주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의 호가(15억~16억원)에 육박한다.
경기 수원과 용인 아파트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자고 나면 호가가 1억~2억원씩 급등할 정도다. 강도 높은 12ㆍ16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대신 수원과 용인 등에 불길이 옮겨 붙은 모양새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수용성’(수원ㆍ용인ㆍ성남시)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2일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27일 기준) 수원 영통구는 1.20% 오르며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수원 권선구가 1.09%, 수원 팔달구 0.84%, 용인 수지구가 0.81%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정부 규제가 서울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인접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꼽힌다. 여기에 교통 개발이라는 호재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갭 메우기’까지 맞물린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만큼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교통개발 호재까지 겹친 수원
서울 부동산 시장에 냉기가 도는 상황에서 수원과 용인 집값에 훈풍이 부는 이유는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규제의 ‘안전지대’이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ㆍ분당ㆍ과천ㆍ광명 등을 피해 이들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원의 경우 팔달구를 제외한 영통ㆍ권선구는 비조정 지역으로 9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을 축소한 12ㆍ16 대책의 규제를 비켜갔다. 특히 영통은 조정대상지역인 수원 팔달과 용인 기흥 사이에 끼어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60%로 제한되는 반면 비조정 지역은 70%까지 적용된다. 그렇다보니 대출이 집값의 40%밖에 안 나오는 서울 등 투기지역에 비해 적은 자본으로 집을 매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수원의 경우 교통 개발 호재까지 겹쳤다. 권선구는 지난 15일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연장선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이후 집값이 수직 상승 중이다. 권선구 호매실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달 6억원에 매매됐던 호반베르디움더센트럴 전용 84㎡짜리가 지금은 9억~10억원에 나와있다”며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선 예타 통과 소식에 상대적으로 규제도 덜해 하루 만에 1억원씩 집값을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수원 아파트는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수원 아파트 1월 거래량은 2일 현재 1,819건으로 경기도 전체 거래량 9,271건의 20%를 차지한다. 204건에 불과한 성남시와 비교하면 9배에 해당하는 거래량이다.
외지인들의 아파트 매입도 크게 늘었다. 감정원의 거주지 별 아파트 매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수원 아파트 거래량 1,294건 가운데 경기도 외 지역의 수원 아파트 매입은 765건으로 지난해 1월 200건과 비교해 3.8배 불어났다.
◇용인 수지도 ‘분양권 웃돈’
용인시 수지구도 리모델링 개발 호재가 있는 단지와 성복역 일대 신축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열기가 뜨겁다. 미분양이었던 단지들의 분양권에 수억 원의 웃돈이 붙어 판매될 정도다.
지난해 6월 입주한 경기 용인 수지구 ‘성복역 롯데캐슬 골드타운’ 전용면적 84㎡가 지난달 2일 11억7,200만원(16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8억5,000만원 보다 3억원 이상 뛴 가격이다. 현재 호가는 13억~14억원에 달한다. 수지구청 인근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수지구청 인근의 학원가로 인한 학군 수요가 꾸준하고 성복역에 롯데몰이 생기면서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강남을 시작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됐던 집값 상승세가 용인으로 옮겨와 ‘갭 메우기’(시세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집값에 거품 낄 수도”
하지만 풍선효과로 단기간에 급등한 집값은 ‘거품’이 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경기 남부지역은 서울 강남의 풍선효과를 단골로 겪었던 곳”이라며 “정부 규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과열징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수원과 용인 등은 주택 공급은 증가하는 반면 인구는 감소하는 지역이라 집값 상승에 한계가 있다”며 “풍선효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 집값에 거품이 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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