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모심(母心)’을 잡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에 들어갔다. KCGI와 반도건설이라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는데 성공한 조 전 부사장이 일단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는 했지만,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선택에 따라 승자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는 상황.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반전’이 필요한 조 회장과 ‘굳히기’를 원하는 조 전 부사장 모두에게 이 고문의 지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오너가에서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이는 조 회장이다. 6.52%로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10.0%)과 카카오(1.0%) 등 우호지분까지 더해 총 17.52%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남매의 난’을 통해 등장한 조 전 부사장이다. 직접 보유한 지분은 6.49%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31일 KCGI(17.29%), 반도건설(8.28%)과 한진칼 지분을 공동으로 보유하기로 하면서 우호 지분을 32.06%까지 늘렸다. 단순 수치상 조 회장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지분을 확보,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것이다.
조 회장 측은 최근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등 다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으로서는 조 전 부사장과 표 대결에서 질 경우 더 이상 회장직을 유지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 고문과의 관계 회복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 역할을 해 온 조 회장이 주총에서 경영권을 지키려면 이 고문과 연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회장이 이 고문의 지지를 받을 경우 조 전 부사장과의 전세는 역전이 가능하다. 이 고문이 가지고 있는 한진칼 지분은 남편 고 조양호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5.31%에 불과하지만 이 고문에게는 막내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을 움직일 수 있는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보다 많은 33.45%의 영향력을 바로 가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조 전 부사장 역시 이 고문과 연대할 경우 총 우호지분을 전체 절반에 가까운 47.99%까지 늘릴 수가 있다. 무엇보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최근 수 차례 KCGI 측과 만남을 갖고, 연합군을 형성한 것을 이 고문이 불만스럽게 보고 있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이 고문은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서 아직 누구를 지지할 지에 대해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남편 고 조 전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간 화합해 경영권을 지키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남매의 방향성이 모두 ‘화합’과 거리가 멀어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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