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확산일로에 어린이집, 유치원을 보내지 않는 영유아 부모들이 늘고 있다. 불필요하다는 정부 방침에도, 개학 연기를 택하는 초등학교까지 속속 생기면서 특히 가정보육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은평구에 있는 예일초가 3, 4일 이틀간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예일초 학부모가 경기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부모와 학생 모두 별다른 증상은 없고, 이 학부모도 확진 환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소문을 듣고 휴업을 건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서울 시내 초등학교 중 신종 코로나 감염증 우려에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모두 9곳으로 늘었다. 또 서울 지역 유치원 2곳이 개학을 연기했고, 경기 지역 유치원 65곳은 휴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15번째 확진 환자가 관내에서 발생한 경기 수원시는 이날 수원 지역 1,061개 모든 어린이집에 7일 동안 휴원 명령을 내렸다. 8번째 환자가 지역 대형마트와 목욕탕 등을 거쳐 간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전북 군산시도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센터, 초중고에 대해 긴급 휴원ㆍ휴업 명령을 내렸다. 어린이집과 아동센터는 8일까지, 유치원과 초중고는 14일까지 각각 문을 닫는다. 경기 고양시와 부천시 유치원도 7일까지 휴업한다.
기관이나 지자체 차원에서 휴원 또는 휴교를 하지 않아도 부모들의 자체 판단으로 단체 생활을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국 학생이 70%에 달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한국인 부모들이 신종 코로나를 엄청 걱정해 대부분 아이들을 안 보내고 있다”며 “한 반에 5, 6명씩은 등교를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로 만 0~3세 영유아가 재원 중인 어린이집은 가정보육을 택하는 부모들이 훨씬 더 많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최모(29)씨는 “설 연휴 전부터 어린이집을 안 보냈다”며 “이번 주에 유독 확진자가 많고 중국에 다녀오지 않고도 걸린 사람들이 있다 보니 결석자가 더 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는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 단계인 3차 감염까지 발발한 상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A(58)씨도 “원아가 총 90명인데 이중 이번 주에 11명 정도가 등원하지 않았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보다 전염력이 강하고 폐렴으로 간다고 하니까 학부모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메르스 때보다 결석률도 더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경기 지역에서만 도내 어린이집의 30%가 넘는 4,000여개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하기도 했다.
반면 보육기관에 안 보낼 수도 없고, 보내면서도 걱정이 큰 맞벌이 부부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올해 7, 8세가 된 아이들을 둔 경기 과천시의 장모(40)씨는 “맞벌이다 보니 불안하지만 마스크 씌워서 어린이집에 보냈다”며 “사태가 더 커지거나 장기간 이어지면 곤란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오히려 휴원을 걱정하기도 한다. 서울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우리 원은 맞벌이가 대부분이다 보니 오지 말라고 할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미세먼지, 폭염 때도 그렇고 차라리 어린이집 보내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많다 보니 휴원 결정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감염증이 도는 상황에서는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천재지변이나 감염증 등으로 휴원이나 휴교를 하면 아이를 부모가 돌볼 수 있게 긴급 휴가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