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의 연출 데뷔작인 영화 ‘보호자’가 이달 크랭크인한다. 정우성과 김남길, 박성웅 등이 출연하는 액션물로 내년 개봉이 예상된다. 정우성은 ‘보호자’ 크랭크인으로 배우, 제작자,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다음으로 ‘감독’ 호칭까지 얻게 된다.
배우의 감독 데뷔는 낯설지 않다. 박중훈은 2013년 ‘톱스타’로 감독 데뷔식을 치렀고, 차기작 연출을 위해 각본 작업 중이다. 하정우는 ‘허삼관 매혈기’(2015)로 연출과 주연을 겸했다. 김윤석은 지난해 첫 연출작 ‘미성년’으로 호평받았다. 정우성의 감독 데뷔는 여러 면에서 남다르다. 정우성은 1994년 영화 ‘구미호’로 얼굴을 처음 알린 후 배우로서 정상을 지켜왔다. 큰 슬럼프 없이 연기 활동을 20년 넘게 지속해 온 배우가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정우성의 최근 활약은 전방위적이다. 2015년 김하늘과 연기 호흡을 맞춘 ‘나를 잊지 말아요’로 제작자가 됐다. 2016년엔 오랜 지기인 배우 이정재와 매니지먼트 회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했다. 아티스트컴퍼니는 주요 회사 중 한 곳으로 급성장했다. 김의성, 박소담, 배성우, 염정아, 고아성, 이솜, 고아라 등 배우 21명이 소속돼 있다.
정우성은 지난 연말 동영상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의 드라마 ‘고요의 바다’ 제작에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고요의 바다’는 정우성이 제작하는 첫 드라마로 달을 배경으로 한 SF스릴러다. 2014년 발표된 동명 단편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영화 ‘마더’의 박은교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정우성이 설립한 더블유 팩토리가 제작사로 나선다.
제작과 연출은 정우성의 오랜 꿈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감독 준비를 했다. 2002년 그룹 god의 뮤직비디오 ‘LOVE b(플렛)’을 연출해 주목 받았다. 2007년엔 토러스필름을 설립했고, 2014년 단편영화 ‘킬러 앞에 노인’을 연출했다.
영화계에선 정우성의 감독 데뷔와 제작자 활동이 예상보다 늦었다고 본다. 2010년대 초반 한 방송작가에게 입은 40억원대 사기 피해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정우성은 토러스필름을 설립한 후 부산영화제에서 대형 영화사들처럼 별도 파티를 열었다”며 “제작과 연출 작업을 위한 밑그림을 당시부터 그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활동 속에서 본업인 연기는 절정에 올라 있다. 지난해 ‘증인’의 변호사 연기로 청룡영화상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상 등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많은 배우가 좀 더 성장하기 위한 동력으로 연출과 제작에 참여하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정우성의 인문학적 소양, 사회과학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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