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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다녀갔대” 영업중단ㆍ예약 취소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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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다녀갔대” 영업중단ㆍ예약 취소 후폭풍

입력
2020.02.02 15:54
수정
2020.02.04 18: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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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확진자 동선 따라가보니…

‘2차 감염’ 한일관 이틀째 문 닫고

바로 옆 편의점 대청소 방역

[저작권 한국일보]1일 임시휴업을 한 서울 강남구 한일관 근처 편의점에서 방역관련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일 임시휴업을 한 서울 강남구 한일관 근처 편의점에서 방역관련 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14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3번째 확진자 A(54)씨가 중국 우한을 방문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 격리되기까지 이동한 거리다. 6일 남짓 동안 A씨는 98명과 접촉해 2ㆍ3차 감염자를 발생시켜 ‘슈퍼전파자’ 우려를 낳았다. 보건당국은 “A씨를 슈퍼전파자라 정의하긴 힘들다”고 했지만, A씨가 들른 식당, 호텔 등에는 행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해당 점포 인근 상인들은 “영업을 중단하기는 어렵고, 이어가기도 불안해 며칠 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A씨가 격리되기 직전까지 찾았던 장소와 주변은 말 그대로 직격탄을 맞아 초토화 상태였다. A씨를 비롯해 B(46)씨 등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의 한식당 한일관은 1일까지 이틀째 영업을 중단하고 있었다. 한일관은 3번 확진자가 지난달 22일 이곳에서 B씨와 식사를 한 후 B씨가 6번 확진자로 판정 받으면서 지난달 31일 영업을 중지했다. 혹시나 모를 감염을 우려한 듯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편의점은 바깥 유리 등을 포함해 대청소를 하고 있었다. 편의점 직원은 “한일관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불안한 마음에 청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1일 3차 확진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 방역을 실시했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일 3차 확진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에 방역을 실시했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주변 시설 가운데 외래 및 입원 환자로 문을 닫을 수 없는 병원들은 더욱 비상이다. 한일관에서 300m 가량 떨어진 산부인과에는 ‘신종 코로나로 산모와 가족의 만남을 금한다’는 안내문을 곳곳에 붙여놨다. A씨가 직접 들른 것으로 확인된 강남구 글로비성형외과는 지난달 26일 방역을 끝냈지만, 환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고 상태를 확인하러 온 한 환자는 “수술 상태를 확인하려면 병원에 안 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A씨가 3박 4일 간이나 묵은 서울 강남구의 호텔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세 차례나 방역을 실시했으나 호텔 로비에 있는 방문객은 두 손에 꼽을 정도였다.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호텔뉴브 관계자는 “26일, 28일, 29일 세 번에 걸쳐 전 객실 방역을 실시했다”면서도 “3차 확진자가 묵었다는 소식이 나온 뒤로 기존 보다 예약율이 감소했고, 기존에 예약했던 손님들 중 취소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이날 호텔뉴브 바로 옆 중학교에서 치러진 한국수력원자력 공채 필기시험의 응시자들도 감염 우려에 마스크를 쓴 채 시험을 치렀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고사장 내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라는 원칙을 세웠다”며 “이를 위해 응시자들에게 컴퓨터용 사인펜과 함께 마스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한국일보]1일 서울 강남구 공기업 인재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서 응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일 서울 강남구 공기업 인재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서 응시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일산 주민들은 질병관리본부가 A씨 동선을 뒤늦게 추가 공개 하면서 불만이 큰 상태다. 지난 31일 공개된 추가 동선에 속한 본죽 정발산점 역시 영업을 중단했으나, 인근 상인들은 “일찍 동선을 공개했었어야 한다”며 항의하고 있다. 식당 근처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사장은 “뉴스를 보고서야 옆 식당에 3차 확진자가 방문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 건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추가 공개 장소 중 하나였던 스타벅스 일산식사점에는 이날 오후 손님이 10명 안팎으로 줄어 한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1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 단지 내 노인정이 임시 폐쇄를 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1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 단지 내 노인정이 임시 폐쇄를 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공식 공개된 적 없는 A씨 모친의 고양시 거주지(A씨가 격리 전 머문 장소) 인근 주민들은 발칵 뒤집어졌다. 보건당국에서 세부 주소지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신상 정보가 나돌며 주소지가 그대로 공개됐다. 인근 주민 초등학생 엄희수(11) 군은 “엄마가 시장에서 A씨 어머니를 만나 감염된 것 같다며 며칠을 앓아 누웠다가 최근에 음성판정이 났다”고 털어놨다. 마을 노인정들 역시 오는 9일까지 임시 폐쇄 방침을 세웠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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