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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우한 엑소더스와 국민성

입력
2020.02.02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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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격리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지난달 31일 한 시민이 딸과 함께 환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SNS에도 관련 사진들이 잇따랐다. 아산=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 격리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앞에서 지난달 31일 한 시민이 딸과 함께 환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SNS에도 관련 사진들이 잇따랐다. 아산=연합뉴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각국이 진원인 우한시에서 자국민 수송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비행기를 보냈고 준비 중인 나라까지 포함하면 모두 약 20개국에 이른다. 전세기를 이용해 철수하는 형태나 감염자 관리를 위해 귀국자를 정밀 검역하고 최대 잠복기 14일 동안 격리하는 방식은 대동소이하다. 형편에 따라 귀국자는 군시설(미국 독일)이나 의료관련시설(영국 프랑스) 또는 우리처럼 국가공공시설에 머무른다.

□일본의 경우는 좀 색다르다. 지난달 29일 첫 전세기로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한 귀국자들은 가까운 지바현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 애초 일본 당국은 증상이 없는 경우 귀가도 허용했다. 다만 이후 외출을 자제해야 하고 수도권의 경우 정부가 버스로 자택 근처 역까지 태워 주거나 가족 등이 자동차로 마중 온 사람은 집으로 직행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불안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테니 집으로 갈만도 한데 대부분의 일본인이 호텔을 선택했다. “폐 끼치지 않는다”는 일본 문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국민 귀국에 부정적인 여론은 나라마다 조금씩 있다. 그런 반발을 감안해 호주는 수용시설을 본토에서 무려 2,600㎞ 떨어진 크리스마스섬 난민수용소로 정했다. 귀국 반대 여론이 가장 격렬한 나라는 한국이다. 정치인이 귀국에 신중하라는 억지를 부리고, 일부 주민은 집단행동으로 님비 반응을 쏟아 냈다. 일본인 귀국자 수용 호텔이 “같은 일본인”임을 강조하며 “지역과 일본의 번영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안내문을 낸 것과 비교된다.

□그런데 묘한 반전이 있다. 정부의 너그러움을 비웃기라도 하듯 첫 전세기로 귀국한 일본인 중 2명은 증상이 없다며 도착 후 검사도 거부하고 집으로 가버렸다. 격리는 1인 1실이 상식일 텐데 호텔 객실 규모가 적어 2인 1실로 수용했다가 확진자가 생겨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들었다. 인권 우선의 차분한 대처가 한순간 코미디로 바뀐 느낌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귀국자를 따뜻하게 맞자는 캠페인이 수용 반대 시위를 덮어 버렸다. 한국인 국민성을 쉽게 뜨거워졌다 식는 ‘냄비’라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그 냄비에는 이웃과 나눌 따끈한 된장국을 담았다고 말해 줘도 될 것 같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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