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증환자 귀가 조치…의료품 조달도 힘들어”
“분유 같은 생필품이 다 떨어졌는데도 시내로 나가 살 수 없고 배달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일명 우한 폐렴) 발원지인 우한에서 출발한 전세기를 통해 367명의 교민들이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아직도 우한에 발이 묶인 교민들이 수백 명. 이날 밤 2차 전세기를 띄우기로 했지만, 여전히 이런 저런 이유로 우한을 떠나지 못하는 교민들도 적지 않다.
우한에서 사업을 하는 전재훈(59)씨도 그 중 한 명이다. 전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귀국을 포기한 교민 대부분은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배우자가 중국인이라 잔류한 이들이 많다”며 “급한 교민들이 먼저 떠나야 한다는 생각, 이곳에 남은 교민들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사전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씨가 전하고 있는 우한 교민들의 사정은 참담하다. 그는 “생필품이 동이 나고 (감염 위험 때문에) 마트 구입이나 택배 배달도 어려우니 걱정들이 많다”며 “오죽하면 상자 위에 ‘구호 물품’ ‘분유’ 등 품목을 적어 택배를 보내달라 한국에 부탁해보자는 의견도 나온다”도 말했다. “품목을 명시해 놓으면 (택배사가) 물건을 전달해주지 않겠냐”는 것이다. 중국 상무부가 최근 식자재와 생필품 사재기 현상에도 생필품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현지 교민들이 체감하는 상황과는 크게 다른 셈이다.
마스크, 의료용 알코올 등 다른 국가에서 지원한 의료품이나 구호 물품을 조달 받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했다. 물품을 관리하고 배분할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씨는 “중국의 적십자격인 홍십자의 직원이 ‘인원이 고작 20명이라 그 많은 물량을 배분하기 어렵다’ ‘기부금도 하나도 못 쓰고 있다’고 말하더라”며 “배송 차량이나 인력이 충분해야 병원으로도 보낼 텐데, (중국) 정부에서 (재원 문제를) 제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병원 병동도 턱없이 부족한 건 알려진 대로다. 경증 환자들은 입원할 장소가 없어 병원 측이 귀가 조치를 시킨다고 했다. 전씨는 “어제 종합병원을 가보니 경증 환자들은 다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한다”며 “우한에 있는 교민들은 일종의 ‘집단 우울증’도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귀국한 교민에 대해 국내에서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느끼는 공포심만큼 한국 분들도 무서워할 테니 이해는 한다”면서도 “’우리도 정말 힘들게 나가는 건데’라며 섭섭해 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다”고 전했다.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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