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람 간 전염’ 한 달 숨겨… “지원금 약속에 눈치” 비판
세계보건기구(WHO)가 3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한 시점이어서 늑장대응이란 지적이 나온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중국에 대한 여행ㆍ교역 제한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WHO는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주일만에 긴급위원회를 다시 열어 6번째 비상사태 선포를 결정했다.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는 세계 각국의 정부와 조직에 질병을 봉쇄하기 위한 대응을 강화하도록 요청하는 선언이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키부 에볼라까지 그간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건 5차례에 불과하다. 그만큼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WHO의 이번 결정은 실질적인 조치로서가 아니라 상징적인 의미를 담는 데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에서조차 초기 대응 미비는 물론 보건당국의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는 마당에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중국 정부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에 대해 여행ㆍ교역 제한에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CCDC) 등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났으며,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한 달 가까이 쉬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 감염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CCDC의 실질 책임자들이 참여 저자들이란 점에 중국 민간 전문가들과 네티즌들의 분노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600억위안(약 10조2,500억원) 지원금 약속 때문에 WHO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WHO가 첫 발병 이후 거의 3주만인 지난 22일에야 긴급위원회를 처음 소집한 것 자체가 느슨한 대처라는 지적도 많다. 게다가 이틀간 회의 끝에 비상사태 선포를 미루는 동안 신종 코로나는 중국 전역은 물론 인접국인 일본과 한국을 넘어 미국ㆍ유럽 등지로까지 번져갔다. 이번 결정이 늑장대응으로 비판받는 이유다.
아미르 아타란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에 대한 WHO의 비상사태 선포는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늦었다”면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과 에볼라, 지카 바이러스 창궐 때와 마찬가지로 WHO는 정치적인 이유로 판단력이 마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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