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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이유’로도 주 64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 확대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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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 이유’로도 주 64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 확대 거센 반발

입력
2020.01.31 16:48
수정
2020.01.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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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권기섭 근로감독기획단장이 지난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 관련해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권기섭 근로감독기획단장이 지난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개선 관련해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 공포, 시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해, 재난 수습으로 한정해 온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경영상 이유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이 31일부터 시행되면서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기조를 무력화하는 시도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확대한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에서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자연재해,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의 수습을 위한 경우’로 한정돼 있던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를 △재난 수습 혹은 재난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인명보호와 안전확보 위해 긴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 △갑작스러운 시설ㆍ장비의 고장에 수습이 필요한 경우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해 단기간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고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소재ㆍ부품 관련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 등 5가지로 늘렸다.

고용부는 “지금까지 예측이 어렵거나 이례적인 상황 등 임시적으로 근로시간 총량을 늘려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했다”며 “해외 주요국의 예와 비교해도 인가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지적이 지속됐다”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이번에 확대된 5가지 인가 사유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부장관의 인가로 기존 주52시간에서 주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했고, 그 기간이 연속 2주를 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이 요구해온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나온 이번 조치는 정부가 그동안 내세웠던 노동시간 단축 취지를 스스로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근로기준법이 이미 주52시간 상한제에 대한 예외로 탄력근로 등을 규정하고 있는 조건에서 별도로 모법이 규정한 범위를 넘어선 정부 대책은 그 자체로 위법적”이라며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당시 26개의 특례 업종을 5개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종 제한 없이 ‘경영상 사유’를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으로 보겠다는 것은 특례업종을 축소한 개정법 취지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이번 조치에 대해 ‘세계 최장시간 일하는 국내 노동자의 생명 안전을 위해 엄격히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는 법률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공동 대응 투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기존 특별연장인가제도가 사전허가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거의 예외 없이 사후승인을 받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었다”며 “이미 주52시간 상한제가 시행된 300명 이상 사업장에서도 적정인력을 고용하기보다 특별연장인가제도를 활용하는 꼼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에서 “주52시간제가 아닌 주64+알파시간제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주말이 없는 주68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한 시절로 되돌아 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번 조치로 특수고용노동자 등 하청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고용부가 사유로 포함한 ‘일시적 업무량 급증 사유’는 대부분 기업들의 불공정한 원ㆍ하청 관계에서 발주처의 일방적인 주문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통상적인 관행’으로 포장돼 온 것”이라며 “노조 구성 및 활동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특별연장근로 확대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임이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건강권 보호에 대한 조치도 법적 의무가 없고, 불이행 시 처벌사항이 아니기에 엄격한 사후관리가 될 가능성이 없어 노동자 건강권 침해도 크게 우려된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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