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350명 격리생활 시작… 2주간 어떻게 지낼까

[저작권 한국일보]31일 낮 중국 우한 교민들을 태운 경찰 버스가 충남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으로 진입하고 있다. 최두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에 따라 전세기로 귀국한 중국 우한 교민들이 31일 낮 임시 보호생활시설에 도착해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와 오세현 아산시장은 인근에 현장 집무실을 설치하고, 교민들의 격리 생활이 끝날 때까지 머물 방침이다.

이날 우한에서 대한항공 KE9884편 보잉 747 여객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교민 368명 가운데 200명은 경찰이 제공한 18대에 나눠 타고 이날 낮 12시 50분께 경찰인재개발원에 줄지어 도착했다. 진입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시위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 발열 증세를 보인 18명을 제외한 150명은 뒤이어 오후 1시 20분쯤 격리 수용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아산과 마찬가지로 진천 주민들도 반발하지 않고, 교민들이 시설로 들어가는 모습을 차분히 지켜봤다.

전날까지 반발하던 주민들이 이날 오전 반대 입장을 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들은 자진해서 천막을 철거하는 등 집회 장소를 정리했다. 경찰인재개발원 진입로에선 한 주민이 ‘우한 교민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교민들이 탄 버스는 순찰차 등의 호위를 받으며 인재개발원 내부로 들어갔다. 차량 창문을 통해 보인 탑승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두 좌석에 한명씩 떨어져 앉아 있었다. 버스 안에서 창 밖 경찰과 취재진, 마을 주민 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교민도 있었다.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도착하기 전 한 주민이 ‘소독을 하겠다’며 트랙터를 몰고 도로로 진입하려는 소동이 10여분 간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재개발원 진입로 양방향에 차벽을 세우는 한편 경력 1천100을 동원해 주민 돌발 행동에 대비했다.

교민들은 이 곳에서 2주간 격리 생활을 한 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보건교육을 거쳐 귀가하게 된다.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과 국방부 군의관·간호장교 등은 교민들과 이 곳에서 함께 숙식하며 건강을 돌본다.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한다. 보호자가 필요한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같은 방에서 생활한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14일간 최대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토록 했다.

교민들은 방 밖으로 나오려면 허가를 받은 뒤 N95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부인과의 면회는 물론 다른 방의 교민들과도 만남이 제한된다. 식사도 자신의 방에서 제공되는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한다.

당국은 격리생활을 하는 교민을 위해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책과 신문, TV를 비치했다. 어린이를 위한 휴게공간도 준비했다.

교민들은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오르거나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가까운 격리의료기관으로 이송된다.

충남도는 인재개발원 인근 주민 안전을 방역 차량을 투입, 매일 마을 곳곳을 소독한다. 또 마스크 6,500개와 실내 살균소독제 200개를 준비해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또 방문진료팀을 꾸려 인근 가정집을 다니며 직접 건강을 돌보기로 했다.

양 지사는 이날 오후 경찰인재개발원 마을회관에서 현장 집무실과 숙소를 마련하고, “우한에서 온 우리 국민들이 임시생활시설에서 안전하게 댁으로 귀가할 때까지 모든 집무와 회의, 일상생활을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지사는 그러면서 “아산시민들의 걱정과 염려는 지역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게 아니니 공감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아산지역의 공공시설을 임시생활시설로 결정한 것은 천안주민의 반발에 의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8곳의 후보지를 놓고 6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한 것으로, 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도 “경찰인재개발원 바로 앞에 임시 집무실과 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해 가동한다”며 “식사와 회식도 인근에서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섭 충북 진천군수는 이날 우한 교민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한 직후 담화문을 통해 “교민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민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공포에 떨던 교민들이 편안하게 지내도록 넓은 아량으로 품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