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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리포트]”아기는 울음소리로 말한다” 아기 울음 분석하는 독특한 스타트업 아이앤나

입력
2020.02.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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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강수경 공동대표 “AI가 고된 육아를 돕겠습니다”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기가 자지러지게 운다. 엄마 영미씨가 얼른 아기를 안고 달래 보지만 좀체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배가 고팠나. 젖을 물려봤으나 소용이 없다. 기저귀를 들춰 보니 아직 보송보송하다. 왜 울지? 이유를 모르는 영미씨는 속만 태운다.

이럴 때 아기들이 우는 이유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울음의 의미를 알고 빠르게 해결책을 찾으면 어머니나 아기 모두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다.

이 어려운 과제에 해법을 찾은 신생(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임신육아 플랫폼 ‘아이보리앱’을 운영하는 아이앤나는 아기 울음 소리를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아기 울음 소리에 들어 있는 의미를 파악해 어머니가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저작권 한국일보] 강수경 아이엔나 강수경 대표는 AI가 육아를 돕는 AI 육아시스템이 저출산율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강수경 아이엔나 강수경 대표는 AI가 육아를 돕는 AI 육아시스템이 저출산율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아기 울음소리에 각각에 의미가 있다”

아이앤나의 강수경(49) 공동대표는 “아기 울음 소리에 각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기들은 생후 100일까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메시지를 울음으로 전달합니다. 이를 밝혀내는 AI 소리분석 알고리즘을 이경재(41) 공동대표가 광운대와 함께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육아를 돕는 AI 기술을 개발한 이 대표는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이다. 2014년에 건물 자동제어시스템 개발에 참여해 장영실상을 받은 자동화 분야의 전문가다.

아이앤나는 아기들이 특정 상태일 때 이를 알리기 위해 공통된 주파수에 해당하는 울음 소리를 낸다는 사실을 AI 분석으로 밝혀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상태를 울음으로 알리는 것이다. 즉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생존을 위한 본능이 낳은 원초적 언어다.

아이앤나가 분석한 아기들 울음소리는 주파수에 따라 ‘졸리다’, ‘배 고프다’, ‘아프다’, ‘트림하고 싶다’, ‘불편하다’ 등 5가지다. 각각의 상태에 따라 울음소리가 갖는 주파수가 다르다. “약 500㎐미만의 기저 주파수를 갖고 있는 아기 울음소리는 1~3㎑ 대역까지 증폭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기가 흐느낄 때는 1㎑보다 낮은 영역에서 소리가 형성돼 연민을 느끼게 하고, 악을 쓸 때는 사람 귀에 가장 예민한 2~4㎐ 대역의 주파수로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하죠.”

아이앤나 기술분석연구소가 분석한 상티별 아기 울음 소리의 주파수 파형. 왼쪽부터 '졸리다' '배고프다' '아프다'를 표현하는 아기 울음소리다. 아이앤나 제공
아이앤나 기술분석연구소가 분석한 상티별 아기 울음 소리의 주파수 파형. 왼쪽부터 '졸리다' '배고프다' '아프다'를 표현하는 아기 울음소리다. 아이앤나 제공

아이앤나 기술분석연구소에 따르면 소리도 약간씩 다르다. “아기가 아프면 자지러지게 큰 소리로 울고, 트림을 하고 싶으면 가슴에 공기가 갇혀 있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소리로 울어요. 기저귀가 젖었거나 불편한 상태라면 울음에 바람이 섞인 듯한 ‘헤~헤~’ 소리를 내죠. 배고프면 울음소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고 졸리면 처음부터 크게 울지 않으며 소리가 커졌다가 작아지는 것을 반복합니다.”

다만 신기하게도 각 상태별 울음소리의 주파수는 전세계 아기들이 동일한 파형을 갖는다. “전세계 아기들은 생후 100일까지 동일한 주파수의 울음 소리라는 만국 공통의 언어를 갖는 셈이에요. 이후 옹알이를 하고 미소를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적 의미를 담게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귀는 아기의 울음소리마다 다른 주파수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트림하고 싶어 우는 아기에게 배가 고픈 줄 알고 젖을 먹이는 등 시행착오를 빚게 된다.

아이앤나가 아기 울음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분석해 아기의 상태를 알려주기 위해 개발한 'AI보모'. 아이앤나 제공
아이앤나가 아기 울음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고 분석해 아기의 상태를 알려주기 위해 개발한 'AI보모'. 아이앤나 제공

◇AI가 아기 상태 알려주는 ‘AI 보모’개발

아이앤나는 이런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AI를 이용한 아기 울음 소리 분석을 부모들이 실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AI 보모’라는 기기와 인터넷 서비스로 만들어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AI 보모는 소리를 듣는 카메라가 내장된 작은 기기다. AI 보모를 집 안에 설치하면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분석해 ‘배고파요’ ‘졸려요’ 등 상태를 알려준다. 외출시 AI보모의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아기의 실시간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AI보모 기기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지닌 외국 업체 H사와 손잡고 생산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아이앤나가 지향하는 것은 ‘AI 육아’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AI로 육아를 돕는 것입니다.”

AI 육아의 출발점은 ‘베베캠’이라는 신생아 관찰 시스템이다. 아이앤나가 2017년에 개발한 베베캠은 산후조리원의 신생아실 천장에 실시간 영상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클라우드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를 산모가 스마트폰으로 관찰하는 서비스다.

일반 신생아실의 폐쇄회로(CC)TV와 다른 점은 아기 침상마다 천장에 1 대 1로 클라우드 캠이 설치돼 있어서 회복실에 따로 떨어진 산모가 자신의 아기 모습만 항상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산모 뿐 아니라 남편, 부모 등도 조리원을 찾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클라우드 캠은 SK브로드밴드와 협업해 설치했다. “신생아실 귀퉁이에 설치된 CCTV는 아기를 안전하게 보살피는데 한계가 있어요. 개별적으로 아기의 상태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베베캠은 산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육아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전국 158개 산후조리원이 베베캠 서비스를 채택했다. “베베캠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신생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세상 좋아졌다’는 댓글을 많이 달아요.”

베베켐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아기 영상 촬영 기능이다. 천장에 설치된 클라우드 캠을 통해 15초 길이의 동영상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다. “조리원의 신생아실은 외부인이 드나들며 사진을 찍을 수 없어요. 그래서 신생아 시절에만 볼 수 있는 배냇짓을 영상으로 남기기 힘들어 부모들이 많이 안타까워해요. 베베캠을 이용하면 배냇짓 촬영이 가능해 부모들에게는 소중한 기념물이 됩니다.”

베베캠을 이용하려면 아이앤나의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인 ‘아이보리’를 설치하고 회원 가입을 해야 한다. 회원 가입할 때 보건소에서 발급하는 임신 확인증 사진을 찍어 올려서 산모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회원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이유는 아이보리 앱에서 각종 육아용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보리 앱에 연결된 육아전문 쇼핑몰 ‘베베몰’은 시중 쇼핑몰보다 평균 5~10% 이상 더 저렴하게 각종 육아용품을 판매한다. “분유, 기저귀, 유모차, 카시트부터 건강가전, 아기 옷 등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각종 용품을 할인 판매해요. 특별 기획전이 열리면 아기들 옷을 시중보다 절반 이상 싸게 살 수 있어요. 그래서 회원 자격을 산모로 국한합니다.”

또 산모와 어머니들을 위한 임신육아 교실 정보도 아이보리 앱으로 제공한다. “분유회사 및 육아커뮤니티 등 10여곳과 제휴를 맺고 매달 5~10차례 육아교실을 개최합니다. 이를 통해 “임산부와 아기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죠.”

덕분에 아이보리앱 이용자는 매달 1만명씩 증가하고 있다. “누적 회원수가 30만명 이상이에요. 이 중에 베베몰에서 물건을 사는 구매전환율은 10% 이상이구요.”

아이앤나의 매출은 쇼핑몰에서 나온다. 쇼핑몰 판매 수수료와 외부 업체들의 광고 수익으로 매출을 올린다. 베베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무료이고 영상 저장 서비스만 지난해 말부터 사진 저장 횟수나 용량에 상관없이 1만원 요금을 받고 있다.

강 대표는 베베캠 등 아이보리앱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고 산후조리원에서 제휴 문의가 증가하고 있어서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0배나 높게 잡았다. “올해 100억원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우리나라의 0~3세 영유아들을 위한 시장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출산율이 줄지만 매년 30만명의 신생아가 태어나고 있어요. 결코 무시 못할 시장이지요.”

아이앤나의 베베캠을 도압한 모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천장에 아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클라우드캠이 설치돼 있다. 아이앤나 제공
아이앤나의 베베캠을 도압한 모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천장에 아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클라우드캠이 설치돼 있다. 아이앤나 제공

◇AI 육아 시스템으로 해외 진출 겨냥

대학생 남매를 둔 어머니인 강 대표는 지난해 제의를 받고 아이앤나에 합류했다. 원래 그는 석사학위 논문 주제가 ‘AI가 육아에 미치는 영향’일 만큼 AI를 이용한 육아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앤더슨컨설팅, 디아지오코리아 등에서 잘 나가는 조직관리 전문가였던 그는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경험을 갖고 있어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AI로 육아를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알고 있다.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어서 아이앤나의 서비스가 산모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잘 압니다. AI를 이용해 육아의 어려움을 덜 수 있다면 여성의 사회진출과 적극적인 활용은 물론이고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장기적으로는 AI가 육아를 돕는 시스템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클라우드캠이 설치된 산후조리원과 AI 보모 서비스 등을 묶어서 해외로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AI 개발자들을 계속 뽑을 계획이에요.”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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