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간직해온 메이저리그 진출 꿈을 이룬 김광현(32ㆍ세인트루이스)은 31일 인천공항을 통해 소속팀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로 떠나기 전에 많은 취재진이 몰리자 2007년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그 해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SK의 1차 지명을 받은 김광현은 당시 2006년 신인으로 트리플 크라운(다승ㆍ최다 탈삼진ㆍ평균자책점 1위)을 달성한 한화 류현진(33ㆍ토론토)의 뒤를 잇는 ‘괴물 루키’로 큰 주목을 받았다. SK도 계약금으로만 5억원을 안겼다.
하지만 주위에서 쏟아지는 관심을 견디지 못했다. 개막 두 달간 11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5.14로 부진했다. 6월엔 2군행 통보까지 받았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후반기에 2승2패 평균자책점 2.45로 반등했다. 2007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엔 깜짝 선발 등판해 7.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쳐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SK를 넘어 대표팀의 에이스 자리를 10년 넘게 지킨 김광현은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지난해 12월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 기간 2년, 보장금액 800만달러(약 95억원), 인센티브 포함 최대 1,100만달러(130억원)에 도장을 찍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지만 현재 그의 위치는 13년 전처럼 5선발 경쟁을 뚫어야 하는 루키 신분이다.
김광현은 “신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많은 관심이 부담으로 작용해 나를 옥죄었고, 경기력에 영향이 있었다”며 “지금은 세월이 흘렀고, 그런 관심도 받아봤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의 실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관심을 즐길 때가 됐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선 “내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신인의 마음으로, 제로(0)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른 아침에도 몰려든 취재진을 보며 김광현은 “역시 메이저리그는 차원이 다르다”며 웃은 뒤 “돌아왔을 때도 이렇게 취재진이 모였으면 좋겠다. 많은 인파가 모인다는 건 어느 정도 성적을 낸 것 아니겠나. 금의환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세인트루이스와 계약을 마친 뒤 김광현은 개인 운동을 하다가 지난 6일부터 21일까지 일본 오키나와에서 류현진과 함께 땀을 흘리며 하프피칭까지 소화했다. 메이저리그는 스프링캠프를 실전 위주로 소화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을 때보다 몸 상태를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김광현은 “2월 22일 첫 시범경기를 할 때 1~2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도록 몸을 만들려고 한다”며 “보직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가장 자신 있고, 여태까지 해온 선발투수 자리를 꿰찰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류현진과 보낸 시간에 대해선 “(류)현진이 형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몸을 안 만들고 가서 많은 꾸중과 질타를 받았는데, 너는 조금 낫다’고 장난 섞어 말했다”며 “그 동안 친하다 해도 개인적으로 전화해서 물어볼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번 기회로 친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월 8일 소속팀 캠프지인 주피터로 합류하기 전 친정팀 SK의 베로비치 캠프에서 훈련을 소화화는 김광현은 “13년간 같이 운동하다가 다른 팀으로 가게 됐다는 느낌이 있다”며 “헤어질 때 마음이 섭섭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팬들 덕분에 개인적인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서 “팬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는 말을 듣도록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던지겠다. 또 내 투구 스타일도 설렁설렁 던지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류현진은 국내 일정을 마치고 2월 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난다. 그는 7년간 거주하던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짐을 정리한 뒤 토론토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플로리다 더니든으로 이동한다. 토론토는 투수와 포수 첫 합동 훈련을 2월 14일 시작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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