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적대사회] “다른 당이 회피한 이민자 문제에 집중… SD는 극우 아닌 민족주의 보수정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적대사회] “다른 당이 회피한 이민자 문제에 집중… SD는 극우 아닌 민족주의 보수정당”

입력
2020.02.03 01:00
10면
0 0

 ‘스웨덴 민주당’ 루드빅 의원 인터뷰 

스웨덴 민주당 외교정책소위원회 소속 루드빅 아스프링 (Ludvig Aspling) 의원이 스웨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웨덴 민주당 외교정책소위원회 소속 루드빅 아스프링 (Ludvig Aspling) 의원이 스웨덴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스웨덴은 물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정당이 있다. 바로 신나치 주의에 뿌리를 두고 1988년 창당한 ‘스웨덴 민주당’(SD)이다.

SD는 지난해 총선에서 17.6%의 지지를 받으며 스웨덴 중도좌파와 중도우파의 중심인 사민당(28.4%)과 보수당(19.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언론은 “극우 정치 열풍이 동유럽과 서유럽에 이어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마저 덮쳤다”며 SD의 3당 등극 소식을 전세계에 타전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SD의 지지율은 25%에 달하며 2위인 보수당 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SD의 선전은 이민자 정책에 대한 차별화에 있다. SD는 “무분별한 난민, 이민자 수용이 스웨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중도 좌파가 대세를 차지하는 스웨덴 정가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유력 정당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말 기자와 스웨덴 국회서 만난 외교정책소위원회 소속 루드빅 아스프링 (Ludvig Aspling) SD 의원은 “스웨덴의 복지 정책과 무분별한 이민자 정책은 양립할 수 없다”며 “SD는 이 문제 해결에 당력을 앞으로도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드빅 의원은 SD정당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민자 문제에 대한 일관된 견해를 자신들이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SD는 십여년 전부터 이민자 문제가 스웨덴 사회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경고를 꾸준히 해 왔지만, 정치 주도세력인 좌파 연합은 이 문제를 회피해 왔다”며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민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사민당 등 좌파 연합이 부랴부랴 입장을 바꾸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드빅 의원은 SD가 이민자에 대한 혐오정책을 펴는 ‘극우성향의 정당’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SD는 당 설립 초기 신나치 주의자들이 주력을 차지했고, 폭력 시위도 자주 벌여 논란이 됐으나, 2005년 이후 신나치와 거리를 두며 ‘민족주의’ 보수 정당으로서 점차 정치세를 확장하고 있다.

루드빅 의원은 “미디어에서는 극우정당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우리는 사회 통합과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중도 보수파”라며 “이민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민자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웨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SD는 스웨덴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학력자와 기술자 들의 이민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직업 없이 연금 등의 복지 혜택을 바라고 스웨덴 사회에 무임승차 하려는 이민자 유입은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SD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복지국가 스웨덴의 기틀이 이민자 문제로 흔들리는 것을 막는 것이다. 루드빅 의원도 전세계의 부러움을 사는 스웨덴 복지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민자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다음 세대도 현재와 같은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대책 없이 이민자들을 계속 받아들여서는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드빅 의원은 현재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는 이민자들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어를 하나도 못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민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웨덴 사람들은 한 지역에 일자리가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일을 구하려고 하지만, 이민자들은 가족 친지가 정착한 지역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성향이 강하다”며 “이는 이민자들이 스웨덴어를 배우는 데도 걸림돌이 되므로, 스웨덴어 구사 능력과 구직 활동 노력 등을 이민자들에게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민자 거주 지역 중심으로 벌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도 더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D는 2022년 치러질 다음 총선에서 내각 구성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력 정당으로의 부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스웨덴 정치 지형상 한 정당이 전체 의석(349)의 절반을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통상 정부는 연립정부 형태로 성립된다. 지난 총선에서 62석을 차지한 SD는 다음 총선에서 이를 100석으로 늘리면 정부 구성과 정책 시행에 주도권을 행사하는 주요 정당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루드빅 의원은 “이민자 문제가 커질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수수방관한 주류 정치세력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2022년 총선을 통해 정부 구성에 참여해 스웨덴 복지 혜택을 다음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톡홀름(스웨덴)=글ㆍ사진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