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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복은 ‘나는 안전하다’는 믿음에서

입력
2020.02.0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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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폭력에 익숙해지면 결국은 큰 폭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작은 폭력에 익숙해지면 결국은 큰 폭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 아이 키우기와 반려동물 키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하는 말마다 말대답을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확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꼬박꼬박 말대답하는 아이에게 참다못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부모가 자기 아이를 벌 주어도 괜찮은 나라에 간다면, 당장 널 꿀밤을 한 대 줄 거야.’ 이 한마디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또는 내게 허용된 최대의 가정 폭력이었다. 물론 실제로 꿀밤은커녕 아직 단 한 번도 꿀밤 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엄청난 가정 폭력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종아리를 열 대 맞는다든지, 손바닥을 막대기 등으로 맞는다든지 또는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 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체벌을 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는데,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시험을 못 봐서였다. 아무튼 아이의 버릇을 고친다는 이유로 이 정도의 체벌은 이야깃거리도 안 되는 한국에 살았던 내게,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엄청나게 엄격한 가정 폭력에 대한 법은 특별했다. 물론 나는 이 엄격한 법을 지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에 의하면 꿀밤 없이도 그냥 잘 돌아간다. 그리고 작은 폭력에 익숙해지면 결국은 큰 폭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노르웨이에는 바르네베르넷 (Barnevernet)이라는 기관이 있다. 단어 자체는 ‘어린이 보호’ 정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항상 116111에 전화하면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학교에서 항상 교육한다. 내가 부모가 꿀밤을 때려도 괜찮은 나라에 간다면 당장 꿀밤을 주겠다고 했을 때, 아이는 116111에 당장 전화한다는 농담을 받아 칠 정도였으니 교육의 정도가 상상이 가리라. 2018년에 인구의 1%에 달하는 아이들을 이 기관에서 보호했다고 한다. 그럼 노르웨이 부모들은 아이를 잘 양육하지 못하느냐고? 아니다. 어린이 보호가 너무 강력해 그만큼 제재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꿀밤을 준다면 문제가 되는 건 분명한 일이고, 과장을 좀 섞어서 양육권을 뺏기는 일까지도 비교적 쉽게 생길 수 있다.

가정 폭력 하면 여성에 대한 폭력 역시 빼놓기 힘들다. 아이보다 더 보편적일 수도 있다. 물론 배우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여성도 있기는 하지만,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보편적이라는 데 별로 이견이 없으리라 생각한다. 노르웨이에서는 여성 역시 언제나 핫라인과 지역 피난소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 이 보호에는 차별이 없다. 또한 언제든지 택시에 올라타 보호소로 데려가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택시 운전사들에게는 이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 의무조항이 있다. 여전히 노르웨이에서는 구타 등의 폭력뿐만이 아니라 강제 결혼 심지어 여성 할례 등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작은 폭력도 쉽게 간과하지 않는 강력한 법과 상식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다. 러시아의 가정 폭력법과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유럽 사회의 주목을 최근에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러시아의 푸틴 정부는 초범 가정 폭력범은 그냥 봐주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을 통과시킨 논리는 러시아의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라 한다. 러시아의 가정 폭력 관련 법은 나라를 두 개로 분리시키고 있다고 한다. 유럽의 여러 정부와 단체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다.

폭력이 없는,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는 시간이 지나면 문화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행복은 이렇게 ‘나는 안전하다’는 믿음에서 온다. 끝까지 꿀밤을 사용하지 말아야겠다.

영주 닐슨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GSB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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