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수송 작전 3일 만에 첫 귀국
우한 교민 368명 오전 8시쯤 김포공항 도착
버스 30대 나눠 타고 진천, 아산으로 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일대에 머물고 있던 한국 교민 368명을 태운 전세기(대한항공 보잉747)가 31일 오전 8시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우한에 고립된 교민을 국내로 데려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지 3일 만에 우리 교민의 첫 국내 송환이 이뤄진 것이다.
오전 8시 40분쯤 교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전날 오후 11시쯤 우한 톈허 공항에 전세기가 도착한 지 9시간여 만에 한국에 도착한 것이다. 마스크에 가려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우한 톈허 공항에서 이미 깐깐한 검역을 받은 교민들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검역장으로 이동했다. 검역당국은 미리 검역을 위한 간이 텐트를 설치하고 교민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교민 20~30여명이 차례로 들어가 검역을 받았다. 이날 나온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검역을 꼼꼼히 진행하느라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며 “비행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교민 368명이 귀국했는데, 전날 교민 1명이 중국측 검열에 걸려 전세기를 타지 못했다고 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2차 전세기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일반 입국장이 아닌 별도로 마련된 에어사이드(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보안구역)를 통해 입국했다. 일반 여행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다 보니 이날 공항에선 교민들을 보려고 나온 교민 가족이나 지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교민들 외에도 이들의 탑승을 지원한 정부 신속대응팀과 대한항공 승무원 등도 에어사이드를 통해 돌아왔다.
이날 새벽부터 공항 주변 도로엔 폴리스라인이 설치되고 150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긴장감이 흘렀다. 검역소 앞은 공항 특경대원들의 삼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구급차 의료진은 모두 방역복을 입고 있었다. 발열 증상을 보인 의심 대상자 2명은 곧바로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다.
검역을 통과한 교민들은 오전 10시49분부터 차례로 버스 30대를 나눠 타고 앞으로 2주간 격리될 임시숙소로 향했다. 경찰이 경찰차로 아산과 진천 버스를 분리시켰다. 경찰차 10여대가 이들 버스 앞뒤에 따라 붙었다.
이들은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2주간 격리 조치될 예정이다. 방역원칙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가는 등 외출도 할 수 없고 외부인의 면회도 금지된다.
12세 이상은 1인 1실을 사용하고, 12세 미만 어린이는 가족과 함께 방을 쓰게 된다. 각 방에는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구비돼 최대한 방 밖으로 나오지 않고 생활이 가능하다.
애초 정부는 귀국 의사를 밝힌 교민 720명을 데려올 방침이었으나 중국의 비협조로 절반 가량의 교민들만 먼저 귀국하게 됐다. 우한에 남게 된 300여명의 귀국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현지에 체류 중인 국민들의 귀국을 위한 추가 임시 항공편이 조속히 운항될 수 있도록 중국 측과 적극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포=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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