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선거 개입’ 피의자 신분 출석하며

“목적 갖고 기획된 수사” “檢 권한 절제해 써야” 훈계도

최강욱 ‘기소 쿠데타’ 발언 이어 청와대 전현직들 檢 향해 맹비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0일 검찰을 향해 작심 비판과 훈계를 쏟아냈다. 청와대의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하면서다. 그는 정권을 겨눈 수사를 펼치는 검찰에 “절제력 있는 검찰권 행사”를 강조하는가 하면 “입증 못하면 누가 책임질거냐”는 압박성 발언도 거침 없이 더했다. 피의자 신분 출석 모습으로는 이례적인 광경이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에 앞서 취재진 카메라 플래시 세례와 질문에 노출되는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은 비공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임 전 실장은 자진해 기자들 앞에 섰다.

회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의 그는 준비한 듯 3분 가량 검찰의 정권 겨냥 수사 문제를 작심 비판했다. 전날 페이스북에 “무리한 수사를 넘어 정치ㆍ선거 개입을 한다”고 검찰을 비판한 임 전 실장은 이날도 “’내가 제일 세다, 누구든 영장 치고 기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발 그러지 마시고, 왜 손에서 물이 빠져 나가듯 검찰에 국민 신뢰가 사라지는지 아프게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임 전 실장은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된 수사”라며 윤석열 검찰총장도 직격했다. “지난해 11월 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이나 덮어둔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확신했다”는 그는 “입증 못하면 누군가 반성하고 책임지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더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는 훈계도 잊지 않았다.

여권 인사의 정치색 짙은 비판을 짐작하던 검찰은 임 전 실장의 기획수사 주장에 발끈했다. 검찰 관계자는 “덮어둔 사건을 갑자기 연 게 아니라 울산지검이 꾸준히 수사를 진행해와서 이첩 2개월 만에 이 정도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이첩은 사건 관계자와 관련 유관기관이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의 2018년 6ㆍ13선거 당선을 위해 여당 경선에서 송 시장 경쟁자에게 출마 포기를 대가로 공기업 자리를 제안하는 매수 과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한다. 수사팀은 아울러 임 전 실장을 상대로 송 시장의 선거 공약 수립에도 개입했는지를 물었다. 임 전 실장은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의 강공을 두고 법조계에선 “정권 차원에서 검찰에 보내는 대반격의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자신이 무죄 받은 사례까지 들면서 ‘증거 있냐’고까지 한 것은 ‘이런 식으로 수사할 테면 하라. 대신 결과에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경고”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권 핵심 인사가 총선 전 진영 결집을 꾀하려는 정치적 표현을 할 순 있지만 피의자로 출석하면서 수사기관에 노골적인 맹비난을 퍼붓는 모양새가 권력의 오만함을 내보이는 단면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뒤 ‘기소 쿠데타’라고 반발한 데 이어 임 전 실장까지 동참하면서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각은 더욱 첨예해 졌다. 최 비서관이 기소에도 불구하고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론이 거세다.

임 전 실장을 비롯한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 전ㆍ현직 청와대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4ㆍ15 총선 뒤 정리된다. 앞서 한병도 전 정무수석 등 13명을 무더기 기소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2인자였던 임 전 실장 등도 추가 기소한다면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은 극심해질 전망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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