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20%’ 명단 미공개 이어, 청와대 출신 타이틀도 못 써
여성·청년 등 신인들 불만 터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현역 의원평가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데 이어, 공천적합도(당선가능성)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청와대’까지 쓰지 못하게 하자, 당 내부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본선 경쟁력’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역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결정이라는 이유에서다.
당 내부에서는 여성과 청년 등 총선 신인 도전자들을 중심으로 하위 20% 명단 미공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30일 “하위 20% 명단이 공개되면 명단 속 현역에 도전할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하게 됐다”며 “하위 20%를 받은 현역도 어차피 명단이 비공개이기 때문에 불출마를 하기보다 경선에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 22명을 추려냈지만 당사자에게만 개별 통보하고, 전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위 20%의 ‘저평가 의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당내 경선을 통과해도 정작 본선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하위 20% 평가를 받아도, 명단이 공개되지 않으면 선거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부의 중론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하위 20%에 속할 경우 공천 심사와 경선에서 각각 20%의 감점을 받지만, 수년간 지역에서 활동한 현역에 큰 핸디캡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천 심사에 활용할 공천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청와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도 ‘현역 프리미엄 지키기’ 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 출신 도전자들의 볼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공천 심사 때는 지원자의 정체성(15%)과 기여도(10%) 및 공천적합도(40%) 조사 등을 종합하는데 적합도 비중이 절대적이다. 당 관계자는 “청와대 타이틀의 효과로 지역 정치인이 역차별 받는 경우를 감안한 것”이라며 “신인이 지역에서 조직표와 인지도를 다진 현역을 이기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구에 여성ㆍ청년 등을 우선 공천하겠다는 공언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서울 종로에 이낙연 전 국무총리 공천을 굳힌 데 이어 당세가 상대적으로 좋은 광진을과 구로을에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정권 실세들의 공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당 내부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최대 15명의 불출마 의원과 하위 20%(22명) 의원들까지 더해, 쇄신 폭이 적어도 40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변화보다는 안전’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과 부산ㆍ울산ㆍ경남(PK)의 여당 지지도가 술렁이면서 한 석이 아쉬워진 상황”이라고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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